[칼럼] ‘여사님’이라는 호칭의 위화감

오래간만에 가족이 함께 한국에 머물면서 호텔에 묵었다. 네 명이 함께 투숙했는데, 체크인한 방은 정말로 큰 침대 하나만 놓여 있었다. 체크인할 때 침대를 두 개로 나눠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시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더니 “곧 여사님이 오셔서 침대를 바꿔주실 겁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순간,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여사님’이라는 호칭은 한국 사회에서 존중을 담은 표현이다. 대통령의 부인을 지칭할 때도 쓰이고, 교양 있고 연륜 있는 여성을 부를 때도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직원을 ‘여사님’이라 부르는 것은, 과연 인간의 평등을 강조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서비스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호텔 투숙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은 본래 ‘하우스키핑 스태프’ 혹은 ‘룸메이드’로 불린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호텔의 서비스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여사님’으로 호칭하는 것은 언뜻 과도하게 미화된 표현처럼 들린다. 만약 이 논리를 따른다면, 거리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은 ‘사장님’이라 불러야 하는 것일까. 호칭이 인위적으로 높아진 일종의 ‘명칭 인플레이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큰 문제는 그 위화감이 투숙객에게도 전이된다는 점이다.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내가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고, 하우스키핑 직원 스스로도 본인을 ‘여사님’으로 불리며 방을 치우는 상황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는 호칭이 본래 지닌 존중의 의미를 오히려 희석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20년 넘게 해외에서 살아온 내가 특히 더 낯설게 느꼈을 수도 있다. 외국 호텔에서는 결코 이런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직책과 역할에 맞는 명칭을 쓰되, 서비스의 질로 존중을 보여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사님’이라는 표현이 마치 보편적이고 당연한 존칭처럼 사용되는 듯하다.

나는 이 호칭의 사용이 정말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존중은 직업명을 높이는 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노동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데서 나와야 한다. ‘여사님’이라는 호칭의 남발은 결국 존중의 진정성을 흐리게 하고, 서비스의 본질마저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국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표현을, 우리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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