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다시 든 붓

[ 유년의 캔버스를 깨우다 ] 매주 화요일이면 마음이 아이처럼 들뜬다. 동료들과 미술학원으로 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꽤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던 내가 일본으로 건너온 지 20여 년 동안 붓은 삶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정년을 불과 1년 앞둔 지금, 나는 다시 캔버스 앞에 섰다. 무언가 열망할 대상이 있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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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오줌보 축구

쓱싹, 쓱싹!’ 아랫집 아저씨가 뒷마당에서 칼을 간다. 칼날이 숫돌에 미끄러지는 소리에 겨울 공기가 잘게 쪼개진다. 주위를 또래 아이들 예닐곱이 둥그렇게 둘러서 있다. 눈동자들은 유난히 반짝이고, 아무도 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을 손에 쥘 수 있을지. 아이들은 아저씨 곁을 맴돌며 말 대신 눈빛으로 부탁을 보낸다. “아저씨, 오늘… 그거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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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감소 속에서도 성과 내는 지역 교육

[맞춤형 전략이 해법] 전국적으로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학교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내실 있는 교육으로 성과를 내며 주목받는 지역 학교들도 적지 않다. 소규모 학교와 특성화 교육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전략이 학생 성장과 진학, 취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충북 옥천군 안내면에 위치한 안내중학교는 전교생이 14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이다. 학생 수는 적지만 교육 현장은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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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향이 지나간 자리

“이눔아! 너 어찌 이런 일을…!” 아버지의 호통과 함께 지게작대기가 허공을 갈랐다. “아이고, 아부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랄께요!” 나와 두 살 아래 동생은 납작 몸을 낮췄다. 아버지의 지게작대기를 피해 땅바닥에 엎드린 채 용서를 빌었다. 아버지는 분이 풀리지 않으셨는지, 망태기에서 튀어나온 복숭아를 지게작대기로 연신 내리치고 계셨다. 그때였다. 짓이겨진 복숭아에서 퍼져 나온 향기가 엎드린 내 얼굴로 흘러들어왔다. 콧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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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나의 피신처

“주님은 저의 피신처, 구원의 환호로 저를 에워싸시나이다.” 이 말씀이 오늘 유난히 마음에 오래 머문다. 삶이 흔들릴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올 때마다 나는 이 문장 안으로 숨어들곤 했다. 주님은 늘 그 자리에 계셨고, 나는 그 품 안에서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났도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도다.” 오늘은 성당에서 특별한 기쁨이 가득했다. 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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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밤이 떨어지던 가을, 친구를 하늘로 보냈다

“야! 내캉 꿀밤 따러 갈래?” 친구가 쉬고 있는 나를 꼬드긴다. 단짝이던 친구는 여학생이었지만, 누가 봐도 남자아이 같았다. 남자애들과 더 잘 어울렸고, 힘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 애가 은근히 좋았다. 그 친구가 말을 걸면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고, 연필이나 지우개가 생기면 들키지 않게 그의 필통에 넣어주곤 했다. 그때의 나는 동네에서 소문난 말썽꾸러기였었다. 어른들이 고개를 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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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얼마 전 한국에서 다큐멘터리 한 편이 사람들의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늙은 농부와 늙은 소, 그 둘이 나누는 느리고 조용한 동행의 기록이다. 시청하는 순간 나는 오래 묻어 두었던 기억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들어 보았다.나는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두 해 동안이나 혼자서 농사를 지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시간들이지만, 그 시절 내 곁에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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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를 지키던 봄날의 약속

“꼬꼬댁, 꼬꼬…!”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 집 늙은 암탉은 온 힘을 다해 알을 낳고는 세상을 향해 자랑을 한다. 그 소리가 들리면 어디선가 장닭이 나타나 암탉을 뒤뜰로 데리고 간다. 아직 얼음기가 남아 있는 텃밭을 억센 발가락으로 뒤집으며 먹이를 찾고, 암탉에게 조심스레 내미는 것이다. “꾸꾸구구…!” 서로 위로하고 다독이는 그 소리는 어린 내 귀에도 정겹게 들린다. 암탉이 둥지를 비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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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 입시(2)

https://okep.moe.go.kr/board/list.do?board_manager_seq=16&menu_seq=22#p 재외국민특별전형 안내 사이트 https://okep.moe.go.kr/board/list.do?board_manager_seq=16&menu_seq=22#p [ 재외국민특별전형, ‘요건 충족’이 아니라 ‘과정의 증명’이다 ] 재외국민특별전형은 단순히 해외 체류 기간이나 자격 요건만 충족한다고 합격이 보장되는 전형이 아니다. 이 전형의 본질은 학생이 해외 교육 환경 속에서도 얼마나 성실하게 학업과 진로를 설계하며 성장해 왔는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결과보다 과정의 축적이 곧 경쟁력이 된다. 1. 내신 성적 관리: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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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 입시(1)

[일본에서 공부하는 한국 국적 학생들의 대학 입시(특례), 왜 ‘미리’가 성패를 가르는가?] 대학 입시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특히 일본에서 공부하며 한국 또는 일본 대학 진학을 동시에 고민하는 한국 국적 고등학생들에게 입시는 더욱 복잡하고 치열한 선택의 연속이다. 입시를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실제 경험을 살펴보면, 결과의 차이는 대부분 ‘능력’이 아니라 ‘준비의 시점과 방향’에서 갈렸다. 최근 입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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