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의 경고, 그리고 일본 사회의 태도

8월 28일 저녁, 나는 우연히 TV를 켰다가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아사히 TV에서 “거대 지진은 반드시 온다! 간토 직격 X데이”라는 경고를 본 것입니다. 수도 도쿄와 도쿄만 일대를 향해 “6개월 내 대지진이 닥칠 수 있다”는 선언 같은 경고가 전파를 타고 흘렀습니다. 공영방송에서 내보낸 내용이라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수도권을 강타할 대지진이 곧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황금 시간대에 공중파 방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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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을 알고 지켜야 할 책임

(적산궁 앞에 선 필자) 얼마 전 일본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교토는 일본의 옛 수도였고, 한국의 경주와 비슷한 고도(古都)입니다. 골목마다 역사가 흐르고 오래된 사원과 신사가 도시를 지탱하고 있어 좋고 왠지모를 묘한 익숙함마저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한국의 경주를 연상시키는 고도(古都)의 풍경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옛 에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교토 곳곳에는 의외로 한국과 연결된 자취가 많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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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한국학교 이머전 교육, 민족교육의 새로운 도전

동경한국학교는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넘긴 유서 깊은 학교이다. 초·중·고등부가 함께 자리한 이곳은 본국 교육과정, 영미권 교육과정 그리고 일본 교육과정이 어우러진 독특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시도는 바로 초등부에서 실시되고 있는 영어 이머전(Immersion) 교육이다. 이머전 교육은 1963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언어를 과목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학·과학·생활 등 일반 교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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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그리고 ‘조복(造福)’의 가르침

나는 경상북도 의성군 다인면 신하리 537번지에서 태어났다. 10형제 중 아홉째로, 머슴이 네 명이나 있던 비교적 넉넉한 집안이었지만, 삶의 바탕은 늘 흙과 땀의 무게였다. 계절마다 이어지는 농사일은 어린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들녘의 바람과 흙냄새 속에서 자라난 기억은 지금도 내 삶의 깊은 뿌리로 남아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부모님이 일찍 세상을 떠나시면서 삶은 크게 바뀌었다. 안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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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무덤(耳塚) 앞에서 배우는 역사의 교훈

교토의 여름은 푸르른 호수와 고즈넉한 사찰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고요한 풍경 속에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 최대 담수호순인 비와코를 거쳐 나는 교토에서 조선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호화롭게 서 있는 ‘토요토미히데요시’의 사당(신사) 맞은편에 초라하게 자리한 ‘귀무덤’이라 불리는 봉분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은 코무덤이라고 한다. 여행길에서 마주 한 ‘귀무덤(耳塚)’은 역사의 아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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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키우는 무대, 일본 고시엔이 전하는 메시지

여름이 되면 일본 전역은 ‘고시엔’이라 불리는 전국 고교야구대회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4,300여 개 고등학교가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하고, 단 한 번의 패배로 꿈이 좌절될 수도 있는 리그전의 긴장감 속에서 매일같이 땀과 눈물의 드라마가 이어진다. 그 무대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고교생들의 꿈과 희망이 온몸으로 부딪히는 ‘젊음의 축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대회의 특징은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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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젊은 세대, 불안 속에서도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다

한국도 일본도 기후 온난화의 영향인지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작년 이맘때는 40도를 웃도는 폭염에 50년 만의 더위라며 떠들썩했는데, 올해 역시 그 못지않은 더위가 일본 열도를 달구고 있다. 일본은 얼마 전 오봉(한국의 한가위에 해당하는 여름 연휴 기간)을 마쳤다. 이 시기에는 전국 곳곳에서 특색 있는 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은 고향을 찾거나 피서를 떠난다. 도쿄 시내는 한산해지고 공동화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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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함을 넘어, 이해와 존중으로

일본의 한 심야 방송에서 한국의 풍경과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화면에 비친 첫 장면은 서울 재래시장의 고추 더미였다. 자루 가득 담긴 붉은 고추들이 줄지어 놓인 모습은 고향 여름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뜨거운 여름 고추밭에서 땀 흘리며 수확하고, 멍석 위에 고추를 널어 햇볕에 말리던 일상은 한국인들의 공동체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김치’와 ‘매운맛’으로 기억하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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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 속에서 찾는 한국인의 길

해외에서 겪은 작은 경험 하나가 사회의 단면을 되새기게 한다. 영국 잉글랜드에서 스코틀랜드로 향하던 기차가 종착역을 불과 눈앞에 두고 세 시간 가까이 멈춰 선 일이 있었다. 안내방송 한 번이 전부였지만 승객들은 항의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기다림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나는 현재 일본에서 20여 년을 살고 있는데 일본 사회는 사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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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품을 때 미래가 빛납니다.

도쿄 신주쿠의 한국학교 교무실 창밖으로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립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숨을 조여 오던 불볕더위가 빗방울과 함께 더위를 밀어내는 듯합니다. 창문 너머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다 문득, 여름이면 동네마다 열리는 일본의 크고 작은 동네 축제를 떠올립니다. 이열치열이랄까요? 일본인들은 여름이면 무더위 속에서 축제를 즐기며 더위를 이겨내는 것 같습니다. 동네마다 열리는 여름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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