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일본 교육개혁이 던지는 질문

변화에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평가받던 일본이, 2020년대 들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교육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재생’이라는 구호로 시작된 개혁의 불씨는 정권이 바뀌어도 방향을 달리하며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목적은 단순하다. 무너지는 공교육을 다시 세워 국가 경쟁력을 지탱하는 토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의 확산은 일본 교육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학력 격차, 학생 고립, 학교의 디지털 역량 부족. 이 모든 문제는 ‘지금이 아니면 바꿀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교사 자격 관리 강화, 교원 평가제 확대, 성과 기반 보상, 외부 인재의 학교 유입,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축(GIGA 스쿨 정책) 등 다층적인 개혁을 병행하고 있다. 한때 ‘여유 교육’이라 불렸던 정책으로 수업량을 줄였던 일본은 이제 다시 기초학력 강화와 학습 시간 확충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학교 현장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시·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위기 대응 능력을 제도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공립학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사립학교 쏠림과 계층 간 교육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제단에 모여 있는 모습, 여러 개의 일본 국기가 장식되어 있고, 학생들은 경건한 자세로 선다.

일본이 지금의 개혁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붕괴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집단따돌림(이지메), 학급 붕괴, 학생 자살, 그리고 학교의 은폐 관행까지 이런 사건들은 일본 사회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정부는 그 원인을, [가정교육의 약화와 개인의 자유만을 강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公)에 대한 책임과 규범의식이 희미해진 것’]에서 찾았다. 도덕교육 강화, 공동체 의식 회복, 시민성 교육 확대가 다시 강조된 이유다. 교육기본법 개정 이후 도덕 교육은 단순한 인성 교육을 넘어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핵심 과제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부적격 교사는 과감히 교단에서 물러나게 하고 전문성과 윤리를 갖춘 교사는 더 두드러지게 우대하는 체제가 정착되고 있다.

모터사이클 교육을 받는 일군의 수업 장면. 강사가 앞에서 설명하는 모습과 학생들이 주의를 기울이며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의 입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특히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사립학교 선호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토요수업을 유지하고, 실력 있는 교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사립학교가 학부모에게 더 신뢰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립학교가 ‘여유 교육’의 기조 아래 학습량을 줄이자, 중산층 학부모들은 불안을 느끼고 자녀를 사립으로 보냈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다시 평준화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학력 중시, 책임경영, 학교 간 자율 경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크게 전환했다. 지금의 일본 교육은 분명 경쟁을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무분별한 경쟁이 아닌 ‘책임 있는 경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본의 교육개혁이 과거처럼 학교 현장에서만 서서히 변화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법과 제도로 강하게 밀어붙이며 동시에 현장에 자율성과 책임을 함께 넘겨주는 구조다. 교육위원회 개편, 교원 자격제도 정비, 학교 운영 책임 강화, 리더 육성, 국제 경쟁력 강화, 이런 의제들이 하나의 큰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물론 비판도 존재한다. 국가주의적 색채가 강화된다는 우려, 과도한 성과 중심 평가가 교사들을 압박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 대다수는 ‘멈춰 있을 수 없다’는 현실론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일본 학원 광고로, 여학생이 합격을 기원하는 플래그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과 함께, 유명 대학들의 합격 수치가 나열된 내용이 포함된 이미지.

일본이 모든 점에서 본보기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개혁 과정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육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위기를 위기로만 두지 않고 개혁의 동력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지금 한국 교육 역시 신뢰 하락, 학급 붕괴, 교사 권위 약화, 입시 과열이라는 문제를 반복해서 마주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과 일관된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처럼 모든 것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가가 책임을 지고,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교육개혁의 방식은 분명 배울 만한 부분이다. 교육은 단기간의 성과를 보여주는 정책이 아니다. 오늘의 선택이 10년, 20년 후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일본의 변화를 유심히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혁의 속도보다 방향, 규제보다 신뢰, 경쟁보다 성장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일본의 사례는 정답이라기보다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차분히 생각하게 만드는 하나의 참고 자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 아닌 냉정한 비교 그리고 우리 현실에 맞는 담대한 개혁, 그것이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전통 일본 교육을 묘사한 목판화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여러 학생들이 앉아 있고, 선생님은 책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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