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발표하는 것을 보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며칠 전 내 수업에서 벌어진 장면은 그 익숙한 풍경을 완전히 뒤바꿨다. 한 학생이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실체로 구현해낸 것이다. 그는 발표를 시작하자마자 유튜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순한 BGM을 틀었다. 그리고 그 배경음악을 무한 반복으로 흐르게 하는 동시에, 다른 컴퓨터에서는 AI 음성을 연동시켜 발표자의 ‘상대역’을 만들어냈다. 발표자는 AI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발표를 진행했다. 단순한 장치였지만, 교실 분위기는 전혀 다른 공간처럼 바뀌었다.
요즘 대학에서는 발표가 진행돼도 다른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거나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했고, 나 역시 눈을 떼기 어려웠다. 단순히 ‘발표를 잘했다’는 차원을 넘어, 기존 발표 방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창의성은 우연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난 2년간 나는 학생들에게 반복해서 이렇게 말했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발표를 해보라.”
내 학생들은 장차 중·고등학교 교사가 될 사람들이다. 그들이 마주할 세대는 이미 수준 높은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다. 단순한 말 중심의 수업만으로는 그들의 주의를 끌 수 없다. 교사가 먼저 ‘전달 방식의 혁신’을 실천해야 한다.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시작된다.
이번 발표가 특별했던 이유는 AI가 작성한 원고를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발표 전체의 구조를 새로 짜고, 스토리를 만들고, AI와 대화하는 형식을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이 스스로 자료를 분석하고 재구성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년에 나는 수업을 음악으로 시작하며 아이스브레이크를 시도했고, 모든 학생들에게 영상을 직접 제작하게 해 ‘한 번쯤 유튜버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게 했다. 올해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도입했지만, 구체적인 툴이나 사용법은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중학교 2학년 학생도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라”는 단 하나의 방향만 제시했다. 그 후의 해석과 시도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이었다.
이 학생들은 현재 3학년이다. 이들이 교사가 되어 학교 현장에 들어간다면, 분명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확신한다. 틀을 깨는 교사가 한 명 등장하면, 그 영향은 학생들에게 퍼지고, 또 주변의 다른 교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학교의 변화는 결국 ‘사람’에서 출발한다.
나는 기존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만으로는 학교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간 같은 방식으로 가르쳐온 교사에게 AI 기반 수업이나 새로운 수업 포맷을 갑작스럽게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변화는 예비 교사를 새롭게 교육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느리게 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사실 가장 빠른 길이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차곡이 쌓일 때, 일본 교육의 오래된 관성이 비로소 흔들리고, 그 틈새에서 새로운 변화의 숨결이 스며들 것이라 나는 믿는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