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향이 지나간 자리
“이눔아! 너 어찌 이런 일을…!” 아버지의 호통과 함께 지게작대기가 허공을 갈랐다. “아이고, 아부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랄께요!” 나와 두 살 아래 동생은 납작 몸을 낮췄다. 아버지의 지게작대기를 피해 땅바닥에 엎드린 채 용서를 빌었다. 아버지는 분이 풀리지 않으셨는지, 망태기에서 튀어나온 복숭아를 지게작대기로 연신 내리치고 계셨다. 그때였다. 짓이겨진 복숭아에서 퍼져 나온 향기가 엎드린 내 얼굴로 흘러들어왔다. 콧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