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참새의 기억

1월 초의 겨울밤은 유난히도 매섭다.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찬 공기는 어른이 된 지금도 기억 속의 겨울을 단번에 불러낸다. 그 겨울밤에는 늘 배고픔과 모험 그리고 형제들이 있었다. 두 살 위의 6학년 형, 두 살 아래의 2학년 동생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셋은 세 겹 네 겹 솜옷을 껴입고 살금살금 집을 나선다. 동생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 하나와 조금 굵은 철사가 들려 있다. 말하지 않아도 오늘 밤의 목적을 우리는 알고 있다. ‘휘이이잉….’ 칼날처럼 날카로운 겨울바람이 콧등을 스친다. 형이 먼저 처마 밑으로 다가가 작은 구멍 속으로 팔을 깊이 집어넣는다. 처마 끝의 지푸라기가 턱에 닿을 정도가 되면, “어! 잡힌다, 잡혀! 쪼매만 더!” 잠시 후 형의 손에서 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참새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다음은 내 차례다. 손끝에 전해지는 깃털의 따뜻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한 마리, 두 마리…. 처마 밑의 구멍을 옮겨 다니며 잡은 참새는 어느새 열일곱 마리가 되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고 있다. 우리 집 본채와 사랑채, 행랑채의 처마 밑을 샅샅이 뒤진 끝에 얻은 ‘수확’이다. 

행랑채 뒤편, 담으로 둘러싸여 바람이 막히고 어른들 눈에도 잘 띄지 않는 곳은 우리 삼 형제들의 비밀 장소이다. 장작에 불을 지피고 참새를 철사에 꿰어 바비큐를 시작했다. 요리는 막내 동생의 몫이다. 털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를 때쯤이면 우리 셋의 입안에는 군침이 돈다. 새까맣게 탄 털을 막대기로 두들겨 털어내며 다시 굽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 참새의 맨몸이 드러난다. 생각보다 큰 머리, 길쭉한 목 그리고 작은 몸통. 정성껏 돌려가며 타지 않게 구운 참새를 왕소금에 찍어 한 입에 넣는다. “맛있재? 며칠 후에 또 하자?”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피곤함도 추위도 잊는다. 그렇게 1월의 겨울 밤은 어느새 새벽을 맞는다.

지금도 겨울이 되면 그때의 참새 사냥이 떠오른다. 먹을 것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 우리는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전을 했다. 생명의 소중함보다 배고픔을 달래는 일이 먼저였고, 미물들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인간의 이름으로 하는 일은 대부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겨울밤의 참새들은 가난했던 시절이 남긴 흔적이고, 우리가 지나온 시간의 증거였다는 것을. 이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지만 그 때의 기억은 배고픔을 넘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으로 남아 있다. 겨울밤의 참새는 그렇게 내 안에서 아직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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