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이어가는 학교의 역할

학교는 본질적으로 느리게 변하는 공간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학교가 쉽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보수성이 아니라, 한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 온 가치와 전통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달해야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유행을 따르는 일이 아니라, 시간의 검증을 통과한 것들을 이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흔히 ‘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과장이 아니다. 일본 전역에서는 1년 내내 크고 작은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열리는 축제, 진자(신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축제, 그리고 각종 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까지, 주말과 휴일을 따라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어진다. 이러한 축제들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각각의 지역이 고유한 특색을 유지한 채 빠짐없이 축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원형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는 다양한 세시풍속과 지역 축제가 존재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전통이 사라졌고, 지금은 설날과 추석 정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마저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 변화와 발전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래된 것을 지키고 다듬어 가는 일 또한 변화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이 많은 축제를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면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눈에 띈다. 바로 어린이들의 참여다. 일본의 축제에서는 아이들이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다. 어른들이 짊어지는 무거운 상징물의 축소 모형을 만들어 아이들도 직접 들고 참여하게 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축제의 의미와 방식을 몸으로 익히고, 그 경험은 세대를 넘어 전통을 이어가는 토대가 된다. 전통은 설명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통해 체득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쿄 신주쿠의 중심지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쉽게 발견된다. 번화한 거리에서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도로가 통제되지만, 시민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축제가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공동체 전체가 전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교육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을 경험할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에 머문다면, 전통은 교과서 속 문장으로만 남게 된다. 그러나 학교가 학생들에게 직접 경험하고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전통은 살아 있는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따라가기만 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일본의 축제가 보여주듯, 전통은 특별한 누군가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어린이’가 있다.

결국 교육의 역할은 분명하다.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오래된 것을 이어주는 일. 학교는 천천히 변해야 한다. 그 느림 속에서 비로소 전통은 깊어지고, 사회는 뿌리를 잃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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