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등록금과 대입개편

  • 교육은 실험이 아니라 백년대계이다

정부가 지방국립대 신입생에게 사실상 무상등록금을 지원하는 ‘지역균형장학금’ 정책과 함께 수능 및 내신의 서술·논술형 확대, 절대평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소멸을 막고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단기적 성과를 위한 처방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백년대계라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지방국립대 무상등록금 정책은 지역인재를 지역에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이 대학 선택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등록금보다 교육의 질, 연구 역량, 취업 경쟁력,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 그리고 졸업 이후의 미래를 먼저 살핀다.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은 대학에 등록금만 면제한다고 해서 우수한 인재가 자연스럽게 몰릴 것이라는 기대는 다소 낙관적인 가정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형평성이다. 지방 사립대학들은 이미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존립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대에만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경우 학생 이동이 더욱 심화되고 상당수 지방 사립대는 존폐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 전체가 약화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지역대학을 살리고자 한다면 등록금 지원보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교육 과정 혁신, 우수 교수 확보, 연구비 지원, 산학협력 확대, 지역 전략산업과의 연계, 청년 일자리 창출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학생들은 지역대학을 선택할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다. 등록금 지원은 이러한 혁신을 뒷받침하는 보조수단이어야지 핵심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추진하는 서술·논술형 평가 확대와 절대평가 전환 역시 충분한 사회적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래 사회가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만큼 암기식 객관식 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서술형 평가는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가 쉽지 않고, 학교 간 평가 수준의 차이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사교육 확대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논술과 서술형은 평가의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경제력이 교육 기회를 좌우하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들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제기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도가 아무리 이상적이라도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진다면 교육개혁의 본래 목적은 퇴색될 수 있다.

우리 교육은 이미 수차례의 입시제도 변화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안겨왔다. 교육정책은 정권의 성과를 보여주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수십 년을 내다보는 국가 시스템이다. 한 번의 제도 변화는 초등학생부터 대학, 산업현장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더욱 충분한 연구와 시범 운영, 객관적인 효과 검증,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먼저 키워야 하고, 미래형 평가를 도입하려면 공정성과 신뢰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재정지원과 평가방식은 어디까지나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백년대계인 교육은 한 번의 정책 실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성급한 변화보다 치밀한 설계와 충분한 검증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추진될 때 비로소 교육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한 진정한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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