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가 우리의 미래다

  • 차세대가 우리의 미래다
  • 동경한국학교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연대

재일동포의 역사는 고난과 인내의 역사였다. 낯선 땅에서 차별과 편견을 견디며 살아남았고 자녀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과 교육을 이어주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공동체를 지켜왔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오늘의 재일동포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어려움을 기억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제는 그들이 일본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일본 공명당 ‘오카모토 미쓰나리’ 대표가 재일한국인 3세 출신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생각하게 한다. 그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출신 배경 자체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일본 사회의 주요 영역에 진출하고 마침내 정당의 지도자로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현실이다.

이제 재일동포 사회도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일본 사회의 어디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중심에 동경한국학교가 있다. 동경한국학교는 단순히 한국의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다. 일본에서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일본 사회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요한 교육의 공간이다. 특히 지금의 차세대에게는 과거와 다른 역량이 요구된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언어 능력은 물론이고 국제적 감각과 디지털 역량, 인공지능 활용 능력, 창의적 사고, 의사소통 능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동경한국학교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차세대 교육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들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며 미래의 진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은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은 학교만의 힘이 아닌 동포사회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 기업인은 학생들에게 현장 경험과 진로의 기회를 제공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선배 세대는 후배들에게 길을 안내해야 한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주어야 하며 동포단체와 기관들은 차세대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한 사람이 성공하면 그 성공을 개인의 것으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그 경험이 다음 세대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 재일동포 사회에는 이미 수많은 인재가 있다. 경제계와 교육계, 법조계, 의료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등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인재들을 서로 연결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연결의 중심에 차세대 교육을 놓아야 한다. 동경한국학교의 학생들이 졸업한 뒤 한국으로 진학하든 일본의 대학으로 진학하든 또는 세계 어느 곳으로 나아가든 상관없이 그들이 자신의 뿌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동시에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일본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현실은 결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두 문화와 두 언어 그리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다는 것은 세계화 시대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재일동포 차세대는 한국과 일본을 연결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 한일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두 사회의 언어와 감성을 이해하는 인재들이 앞으로 더 많이 배출된다면 그것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한일 양국의 미래에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어른들의 생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한국인답게 살아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네가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라.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정치인이 되고 싶은 학생에게는 정치의 길을, 기업가가 되고 싶은 학생에게는 기업가의 길을,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에게는 과학의 길을, 예술가가 되고 싶은 학생에게는 예술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들이 뒤에서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재일동포 사회의 미래는 지금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남겨주느냐에 달려 있다. 학교 건물이나 조직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한다. 다음 세대를 이끌 인재를 키우고, 서로 돕는 문화를 만들고, 한 사람의 성장을 공동체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동경한국학교가 차세대 교육의 중심에 서고 동포사회가 학교를 중심으로 힘을 모은다면 우리는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는 서로의 차이를 이야기하기보다 공통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다. 세대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차세대를 키우겠다는 마음은 하나일 수 있다. 학교와 동포단체, 기업과 전문가, 학부모와 동문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힘을 보탠다면 그 힘은 결코 작지 않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일동포의 차세대를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들이 일본 사회의 변두리가 아니라 각 분야의 중심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길을 만들어야 한다. 동경한국학교의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꿈 하나가 일본 사회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다. 차세대가 우리의 미래다. 학교가 그 출발점이 되고, 동포사회가 그 길을 함께 열어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손을 잡는다면 다음 세대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큰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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