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생각하게 할 것인가
- 사진교육에서 드러난 한국 교육의 오래된 과제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지식을 많이 알고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된 지금,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교육의 핵심은 무엇을 아느냐를 넘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느냐에 있어야 한다. 사진교육은 이러한 한국 교육의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을 가르친다고 하면 카메라 사용법과 촬영기법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사진교육은 ‘무엇을 찍었는가’보다 ‘왜 그것을 선택했는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이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사진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육 전반에서도 기능과 결과를 중시하고 과정과 사고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교육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이 정답을 맞히는 것은 중요하지만 왜 그런 답을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만큼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 실패한 뒤 무엇을 수정했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시험과 평가 중심의 교육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러한 한계가 더욱 분명해진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통해 정보와 결과물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를 많이 기억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고 출처를 판단하며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고 자신의 생각을 책임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에서는 ‘정답을 알려주는 교육’에서 ‘좋은 질문을 만드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AI가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정보를 정리할 수 있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도 ‘암기-정답-평가’ 중심에서 ‘관찰-질문-탐구-표현-성찰’ 중심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미술, 사진, 음악, 과학, 국어 등 교과의 이름은 달라도 교육의 핵심에는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험이 자리해야 한다.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에 머무르기보다 학생의 질문을 이끌어내고 토론을 촉진하며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도록 돕는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에게도 새로운 교육방법과 디지털·AI 활용 역량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물론 한국 교육 전체가 암기와 정답만을 추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미 여러 학교와 교사들이 프로젝트 수업, 토론, 탐구학습, 디지털 교육 등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일부 사례에 머물지 않고 교육 전반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자리 잡느냐에 있다.

결국 교육의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학생이 무엇을 외웠는가?’에서 ‘학생은 무엇을 질문할 수 있는가?’로,’정답을 맞혔는가?’에서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로, ‘무엇을 만들었는가?’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사진 한 장을 제대로 바라보는 교육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교육과 연결된다. 한국 교육이 앞으로 경쟁력 있는 교육을 넘어 미래를 살아갈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판단하며 책임 있게 행동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한국 교육의 진짜 혁신은 교과서를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