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에 관한 이야기3-(백분위와 등급의 비밀)
수능 성적 발표와 함께 대입 상담에 임하는 초보 학부모님의 경우 대학에서 반영하는 표준점수와 백분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상담에 애로를 겪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지난 호의 표준점수에 이어 이번에는 백분위와 등급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백분위를 알기 위해서는 백분율을 먼저 알아야 한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백분율은 전체를 100으로 하였을 때 해당 물질이나 사물 등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로 나타내고 퍼센트라고 읽는다. 100개 중 1개가 있으면, 100분의 1이며 1%이다. 또한 200개 중 10개가 있으면, 200분의 10이며 5%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1등급과 9등급은 100의 범위에서 각각 4/100 즉 4%씩의 백분율을 보인다. 2등급과 8등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7/100인 7%다. 3등급과 7등급은 동일하게 100의 범위에서 12를 차지하니 각각 12/100 즉 12%의 백분율이다.
반면, 백분위는 학생이 받은 표준점수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은 학생의 백분율이 차지하는 위치를 말한다. 즉 백분위는 백분율이 차지하는 위치의 줄임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령, 1등급과 9등급의 백분율은 동일하게 4%지만, 1등급 4%의 상대적 위치와 9등급 4%의 상대적 위치는 다르다. 1등급 표준점수 4%의 아래에는 96%의 학생이 있다. 즉 1등급 4%의 백분위는 96%다. 1등급 중에서도 상위 1%의 상대적 위치 즉 1%의 학생 아래에는 99%의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상위 1%의 백분위는 99%가 된다.
마찬가지로 2등급과 8등급은 백분율이 각각 7%로 동일하나 2등급 7%의 상대적 위치와 8등급 7%의 상대적 위치는 서로 다르다. 2등급 7%(누적 11%)의 아래에는 총 79%의 학생이 있다. 즉 2등급 7%(누적 11%)가 차지하는 위치 즉 백분위는 79%이며, 8등급 7%(누적 96%)가 차지하는 위치 즉 백분위는 4%가 된다. 이런 방법으로 상위 10%인 학생의 백분위는 90%가 되며, 상위 15%인 학생의 백분위는 85%가 된다. 백분위는 자신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은 학생들의 백분율이 차지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에 의한 백분위로 등급을 나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백분위는 학생이 받은 표준점수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은 학생의 백분율이 차지하는 위치를 말한다. 그래서 해마다 등급이 나뉘는 등급 컷이 다르다. 표준점수는 각 과목의 난이도가 반영된 z점수에 의해 결정되는 함수의 문제이기 때문에 매년 다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등급 컷 또한 매년 다르게 형성된다.
이상한 나라의 등급 이야기 하나를 살펴보자. 내신의 경우 성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1등급이 4%를 초과하면 전원 2등급으로 밀려난다(칼럼 08 참조). 반면, 수능에서는 1등급 기준 비율인 4%를 초과하면 전원 1등급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2021학년도 물리학Ⅱ의 경우 11.52%의 학생이 1등급으로 인정되었다. 1등급 4%를 훨씬 초과함은 물론 2등급의 누적 백분위 11%까지도 넘다 보니 2등급은 공백이 되었다. 물리학Ⅱ 과목에서 2등급 언저리의 학생들은 행운이겠지만, 애초에 1등급 점수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억울한 시스템이다.
이상한 나라의 등급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더 재미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수능성적 통지표의 백분위가 같은데 표준점수가 다르다는 민원이 가끔 접수된다고 한다. 가령 이번에 치른 2025학년도의 국어영역을 보자. 같은 백분위 99%인 A 학생은 표준점수가 136점이고, B 학생의 표준점수는 135점이다. 왜 이렇게 오류처럼 보이는 차이가 발생할까? 수능 점수에서 백분위를 정수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즉 A 학생의 국어영역 누적 백분위는 99.02%이며, B 학생의 누적 백분위는 98.75%이다. 수능 성적표에는 정수로 표기하기 위해 반올림한 수치가 나타난다. 표준점수가 136인 A 학생은 백분위 99.02%를 절사하여 99%이고, 표준점수 135점인 B 학생은 백분위 98.75%를 절상하여 99%이다. 그리하여 외형상 A 학생과 B 학생 모두 같은 백분위인 99%로 표기되는 것이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그리고 등급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호에서는 정시 지원을 위한 상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