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조직문화의 한계와 히타치가 보여준 변화의 단초

주일한국기업연합회가 주최한 제38회 CEO 포럼에 참석하며, 일본 기업문화가 가진 구조적 문제와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포럼에서 강연을 맡은 히타치제작소의 모리타 마모루 씨는 “30년 이상 근속한 일본인 직원들만의 집단에서는 의견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내부의 문제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히타치라는 초거대 조직이 이런 문제를 직시했다는 점 자체가 놀라웠다. 계열사까지 합치면 30만 명이 넘는 직원이 몸담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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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모님과 함께하는 대학의 풍경

보통 대학이라고 하면 학생과 교수 사이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 부모님이 강의실이나 연구실의 풍경 속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내가 근무하는 대학, 특히 내가 속한 학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까지도 교육의 한 축으로 삼고, 섬세한 지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매년 부모님과의 면담이 이뤄진다. 오늘 나는 여러 부모님들을 직접 만나 뵙는 자리를 가졌다. 흥미로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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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대적인 어려움과 연구자의 길

연구자의 일은 결국 연구다. 그리고 연구는 발표로 완성된다. 학회 발표, 논문 발표, 그 이전에는 연구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원금이 커질수록 요구되는 서류는 더 복잡해지고, 연구를 마친 뒤에는 성과를 촘촘하게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 사업가들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수많은 서류와 보고서, 그 정밀함과 까다로움은 연구 현장과 크게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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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의 화장실 문화, 이제는 혁신이 필요하다

2025년 여름, 한국을 오랜만에 방문하면서 다시금 느낀 점이 있다. 도시의 풍경은 더욱 세련되고, 기술은 눈에 띄게 앞서 있으며, 서비스 산업 또한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화장실 문화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휴지를 변기에 버리지 말라’는 안내문이다. 최근에는 변기에 휴지를 버려도 된다는 공간이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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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풍경

한국을 오랜만에 찾았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가봤지만, 풍경은 전혀 달라져 있었다.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섰고, 사촌이 살던 아파트는 흔적도 없이 허물어져 있었다. 내가 자랐던 아파트마저 재개발 대상이 되어 곧 사라질 운명을 앞두고 있었다. 예전 그곳에 살던 친구들은 모두 떠났고, 그곳에서 느꼈던 추억의 공기 역시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순간, 토머스 울프의 소설 제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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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사님’이라는 호칭의 위화감

오래간만에 가족이 함께 한국에 머물면서 호텔에 묵었다. 네 명이 함께 투숙했는데, 체크인한 방은 정말로 큰 침대 하나만 놓여 있었다. 체크인할 때 침대를 두 개로 나눠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시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더니 “곧 여사님이 오셔서 침대를 바꿔주실 겁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순간,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여사님’이라는 호칭은 한국 사회에서 존중을 담은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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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학술지, 피로한 명성과 산업이 된 사기

얼마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사이언스의 공식 홈페이지 Science Insider-SCIENTIFIC COMMUNITY 섹션에 하나의 칼럼이 올라왔다. 그 칼럼은 “과학적 사기가 이제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는 강렬한 제목을 달고 있었다. 동시에 그것은 한 편의 논문을 소개하고 있었다. 제목은 “The entities enabling scientific fraud at scale are large, resilient, and growing rapidly”. 이 논문은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리처드슨(Reese A.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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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레포트를 채점하며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8월 초, 일본 대학가는 학기 말 특유의 긴장과 해방감이 뒤섞인 분위기에 싸인다. 교수들은 막바지 수업을 마치고 성적평가 입력에 집중하고, 학생들은 마감 시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매년 반복되는 장면이지만, 올해는 레포트 채점 과정에서 유독 새로운 풍경이 눈에 띄었다. 채점을 하다 보면, 정성을 들여 써내려간 글과 대충 채워낸 글은 한눈에 구분된다. 앞부분만 번듯하고 뒷부분이 휙 사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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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치의 발효 메커니즘을 아시나요?

한국의 대표 발효 음식인 김치. 우리는 과연 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발효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단순히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린다고 해서 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치의 진정한 정체는 ‘미생물’이 만든다. 지리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 시절 미생물학을 공부하며 암석을 풍화시키는 미생물의 역할을 연구했던 경험이, 나로 하여금 발효 음식의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김치의 발효 메커니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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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자의 양산, 여름을 바꾸다

37도, 38도. 이 숫자는 더 이상 뉴스 속 숫자가 아니다. 도쿄의 여름은 지금, 매일매일이 ‘기록 갱신’ 중이다. 단순히 더운 게 아니다. 아스팔트 위를 걷는 순간, 마치 몸 전체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기분이 든다. 신발 밑창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 자전거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느낌. 그렇게 도쿄의 여름은 모든 감각을 통해 몸에 새겨진다. 이런 날씨에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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