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조직문화의 한계와 히타치가 보여준 변화의 단초

주일한국기업연합회가 주최한 제38회 CEO 포럼에 참석하며, 일본 기업문화가 가진 구조적 문제와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포럼에서 강연을 맡은 히타치제작소의 모리타 마모루 씨는 “30년 이상 근속한 일본인 직원들만의 집단에서는 의견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내부의 문제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히타치라는 초거대 조직이 이런 문제를 직시했다는 점 자체가 놀라웠다. 계열사까지 합치면 30만 명이 넘는 직원이 몸담았던 조직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해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상당히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일본 사회에는 여전히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그것도 ‘남성 중심’에 ‘오랜 근속자들만의’ 조직이 많다. 이들은 경험과 안정감을 무기로 기업을 유지해왔지만, 동시에 너무 닮아버린 사고방식 때문에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있어 의견이 다 일치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그것은 문제를 보지 못하고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는 집단적 맹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클론화된 조직’인 셈이다.

히타치는 바로 이 구조적 문제를 깨뜨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외부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화(和)와 성(誠), 파이오니어 정신”이라는 가치 아래서 엔지니어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하며,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문화를 심어가고 있다는 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히타치는 단순히 오래된 대기업이 아니라, 여전히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거대 조직일수록 움직이기가 어렵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관성이 강하며, 변화는 늘 내부 반발을 불러온다. 그러나 히타치가 보여준 태도는 일본 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다. 변화는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내부가 먼저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조직 안에 새롭게 주입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나는 이번 포럼을 통해 일본 사회의 많은 기업들이 히타치의 사례를 참고하기를 바란다. 혁신과 진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의 필수 조건이다. 일본 기업들이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과감히 변화의 길을 걷기를 기대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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