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오랜만에 찾았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가봤지만, 풍경은 전혀 달라져 있었다.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섰고, 사촌이 살던 아파트는 흔적도 없이 허물어져 있었다. 내가 자랐던 아파트마저 재개발 대상이 되어 곧 사라질 운명을 앞두고 있었다. 예전 그곳에 살던 친구들은 모두 떠났고, 그곳에서 느꼈던 추억의 공기 역시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순간, 토머스 울프의 소설 제목인 『You Can’t Go Home Again』이 떠올랐다. 작품의 내용과 내 경험이 꼭 같지는 않지만,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 의미만큼은 절실히 와 닿았다. 고향은 단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과 시간, 그리고 시대의 분위기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경험이다. 건물은 허물어지고, 사람들은 떠나고, 시대는 변한다. 결국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향은, 현실 속 어딘가가 아니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 시대는 과거로 회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시대다. 도시 재개발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우리의 삶의 터전은 늘 새롭게 바뀌어 간다. 예전의 정취를 붙잡고 싶어도 이미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공간 앞에서 우리는 낯선 감정과 서운함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곳이 변치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도 잊히지 않는 우리의 내면의 시간 때문일 것이다. 현실의 고향은 사라져도, 기억의 고향은 우리 안에서 계속 살아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귀향”일지 모른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