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일은 결국 연구다. 그리고 연구는 발표로 완성된다. 학회 발표, 논문 발표, 그 이전에는 연구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바로 이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원금이 커질수록 요구되는 서류는 더 복잡해지고, 연구를 마친 뒤에는 성과를 촘촘하게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 사업가들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수많은 서류와 보고서, 그 정밀함과 까다로움은 연구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중에서도 논문은 최고봉에 속한다. 논문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집약적 작업이자, 논리와 증거를 통해 설득해야 하는 글쓰기다. 국제 학술지에 투고하면 익명의 리뷰어 두세 명이 평가를 한다. 꼼꼼하게 문장 하나하나를 지적하는 경우도 많다. 심한 비판과 전면 부정이 돌아올 때면 연구자는 깊은 좌절을 경험한다. 읽는 것조차 힘든 코멘트를 하나하나 고쳐 반영하는 일은 고통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수없이 겪다 보면, 오히려 웬만한 행정 서류나 신청서는 너무나 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문제다. 연구자에게는 가벼운 서류일지라도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리뷰어의 냉정한 비판은 대학원생이나 신진 연구자에게는 벽처럼 느껴지지만, 노련한 연구자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결국 모든 어려움은 절대적이지 않고, 경험과 맥락 속에서 달리 느껴지는 법이다.
요즘은 또다시 각종 신청서류의 마감 시기다. 서류 작성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고려해야 한다. 안내된 형식에 맞추고, 빠짐없이 채우고, 사실대로 정리하는 것. 기한을 지키고, 지적이 오면 바로 반영하는 태도. 너무 기본적이어서 놓치기 쉬운 이 원칙이야말로 모든 문서 작성의 핵심일 것이다. 상대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이 기본기를 지키는 것이 결국 연구자, 그리고 모든 전문가의 길이 아닐까 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