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데헌’이 보여준 한미일 컬래버레이션의 힘

처음 ‘케데헌’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솔직히 무슨 신조어인가 싶었다. 십 여 년 전, ‘태티서’라는 그룹을 처음 들었을 때도 그랬다. ‘태티서’라는 말에 ‘서씨?’ ‘미국에 사는 교포 가수?’ 같은 엉뚱한 상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케데헌’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건 뭐지? 알고 보니 케이팝의 ‘케’, 데몬 헌터스의 ‘데헌’. ‘K-Pop Demon Hunters’의 줄임말로, 2025년 6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일본 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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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캠퍼스에 피어난 작은 지구촌 – 슈메이대학교 이문화교류회를 개최하며

나는 일본 슈메이대학교에 부임한 지 2년차의 교수다. 한 조직에 오래 있으면 그 조직의 당연한 것들이 너무 익숙해져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나는 이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이곳에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감각을 분명하게 느꼈다. 바로 유학생과 일본인 학생 사이의 교류였다. 슈메이대학교에는 현재 약 300명이 넘는 유학생이 있다. 그러나 그 숫자만큼의 상호작용이 존재하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다. 수업이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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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 직장 내 ‘파워하라’ 문제, 그 현실과 대처

일본에서는 ‘파워하라(パワハラ, 파워 하라스먼트)’라는 말이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직장 상사의 부당한 권력 남용, 소위 말하는 ‘갑질’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직접 유형을 나누어 인포그래픽을 배포하고, 회사마다 대책 매뉴얼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있음’으로 전제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뜻이다. 정부가 제시한 파워하라의 대표적 유형은 여섯 가지다. 신체적 폭력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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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rted books on book shelves

[칼럼] 닫히는 국경, 위축되는 학문―미국·일본 ‘자국 우선주의’의 그늘

일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미국 대학 교수, 그리고 포닥 시절 지도교수와 한자리에 모였다.  세 연구자가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느낀 가장 큰 공통 화두는 “닫히는 문(door‑closing)”이었다. 먼저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뒤 연방 연구비가 한복판에서 끊기는 사례가 속출한다. 특히 기후변화·다양성·성평등을 다루는 과제는 ‘이념 검열’에 걸려 중단되기 일쑤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내부 직원들은 “심사와 무관한 정치적 거부권이 생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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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등학교가 대학을 부르는 시대

고교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대기실로 꾸민 학교 회의실에는 도쿄·치바 일대에서 모인 교수 18명이 길게 줄지어 앉아 있었다. 우리는 각자 90분짜리 ‘대학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순번을 기다렸다. 2학년 학생들은 오늘을 위해 미리 과목을 쇼핑하듯 선택했고, 지정된 교실에서 강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를 총괄한 이는 고교 교사가 아니라 외부 위탁업체였다. 교수 섭외부터 강의실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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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쿄 한가운데서 목격한 야생의 잔혹한 섭리

주말을 맞아 도쿄 서쪽 키치조지에 위치한 이노카시라 공원을 찾았다.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몇 년째 1위 자리를 차지하는 이곳은 아름다운 연못과 두 개로 나뉜 동물원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새들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동물원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어 많은 이들에게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그 평화로움 속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과 마주했다. 오리나 백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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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정이 아닌 논리로 짜 맞춘 한일관계의 퍼즐

NKNGO Forum이 마련한 신각수 전 주일대사 특별강연은 20여 년간 필자의 가슴속에 남아 있던 의문과 감정을 일시에 정돈해 주었다. 마치 복잡한 퍼즐이 한순간에 맞춰지는 경험이었다. 강연 전반부에서 그는 한 일 상호인식의 왜곡을 짚었다. 역사화해 부재로 생긴 신뢰 부족, 반일·혐한 정서의 확대, SNS가 촉발한 오해의 재생산이 반복되면서 객관적 연구가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서로를 ‘정치인’의 언행으로 환원해 버리는 프레임도 문제였다. 이어 전반부의 사례 분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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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ow focus photo of an old radio

[칼럼] 라디오가 들려준 외국어 학습의 힘

도쿄와 수도권을 내리치던 천둥·번개가 잠시 더위를 식히던 저녁, 집에 돌아오니 먼 곳에 두었던 라디오가 눈에 띄었다. 채널을 맞추자마자 또렷한 DJ 목소리와 함께 1990년대 후반 일본 라디오를 무한으로 듣던 시절이 선명히 떠올랐다. 유튜브도 팟캐스트도 없던 그때, 라디오는 현지 일본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이었다. 당시 나는 일본에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으로 오며, 돌아갈 때마다 수십 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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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진 예언보다 강한 일본 여행의 매력

올해 7월 초에 일본이 ‘초대형 지진’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소문이 전 세계 SNS와 메신저를 타고 퍼졌다. 발단은 1999년작 만화 《내가 본 미래》의 작가가 2025년 7월 5일 거대한 재해를 꿈에서 보았다고 밝힌 대목이었다. 홍콩·대만 등지에서는 단체 관광 취소가 속출했고, 나 역시 “지금 일본에 가도 되느냐”는 메시지를 수십 통이나 받았다. 예언은 과학이 아니며, 일본에 사는 우리 역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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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ARA, 세대를 넘어 다시 피어오르다

오늘 일본에서 열린 KARA의 콘서트는, 그야말로 나에게는 한 편의 ‘인생 드라마’ 같은 무대였다. 사실 나는 KARA가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전성기였던 시절, 나는 아이 키우고 생계를 꾸리는 데 바빠 텔레비전은커녕 유튜브도 제대로 보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KARA에 대한 추억도, 애틋함도 크게 없었다. 그저 우연한 기회로 간 자리였고,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마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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