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 직장 내 ‘파워하라’ 문제, 그 현실과 대처

일본에서는 ‘파워하라(パワハラ, 파워 하라스먼트)’라는 말이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직장 상사의 부당한 권력 남용, 소위 말하는 ‘갑질’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직접 유형을 나누어 인포그래픽을 배포하고, 회사마다 대책 매뉴얼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있음’으로 전제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뜻이다.

정부가 제시한 파워하라의 대표적 유형은 여섯 가지다. 신체적 폭력은 물론, 정신적 폭언이나 모욕, 수행 불가능한 과업을 지시하는 과도한 요구, 반대로 능력 이하의 업무만을 주며 일 자체를 박탈하는 과소 요구, 집단 따돌림이나 무시, 그리고 사적인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사생활 침해까지 포함된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피해자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들이다.

특히 일본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소외’와 ‘무시’를 통한 간접적 압박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직원을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따로 배치해 혼자 벽만 보게 만든다거나, 회의에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말을 걸지 않는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 말로 드러나는 폭력보다 더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그러나 확실하게 사람을 고립시킨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피해자가 내부 상담창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직장에서 ‘고발자’라는 낙인은 여전히 무겁다. 실명을 밝히지 않더라도 조직 내에 소문이 퍼질 수 있다는 불안감, 상담 이후 돌아오는 불편한 시선, 결국 사직이라는 선택지로 몰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학교폭력, 이지메라는 단어조차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성과 평등, 여성이나 외국인에 대한 배려를 아무리 외쳐도, 그 자체가 필요하다는 현실은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는 ‘파워하라’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대가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지, 어떻게 주변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파워하라와 성희롱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며, 피해자의 고통은 결코 개인의 약함으로 환원될 수 없다.

일본 사회가 이 문제를 명확히 언어화하고 시각화하기 시작한 지금, 우리 역시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인식하고, 연대하고, 바꾸어나가야 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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