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의 화장실 문화, 이제는 혁신이 필요하다

2025년 여름, 한국을 오랜만에 방문하면서 다시금 느낀 점이 있다. 도시의 풍경은 더욱 세련되고, 기술은 눈에 띄게 앞서 있으며, 서비스 산업 또한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화장실 문화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휴지를 변기에 버리지 말라’는 안내문이다. 최근에는 변기에 휴지를 버려도 된다는 공간이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공공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비치되어 있고, 이용자들은 사용한 휴지를 따로 처리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수압이 아니라 변기의 설계와 물의 배출량이다. 제대로 된 변기라면 휴지는 대변보다 훨씬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내려가야 한다. 그럼에도 휴지를 변기에 버릴 수 없는 현실은 곧 시설의 낙후성을 보여준다.

휴지통이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휴지통에 뚜껑이 달려 있으면 손이 묻을까 꺼리는 탓에 사용자가 대충 얹어놓는 경우가 생기고, 뚜껑이 없으면 사용한 휴지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위생과 미관을 심각하게 해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고급 레스토랑이나 현대적인 시설에서조차 사람들의 경험을 크게 떨어뜨린다.

여기에 성별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남성 화장실의 경우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여성 화장실은 모두가 앉아야 하기에 휴지 사용량이 훨씬 많고, 그로 인해 줄도 길고 휴지 문제도 훨씬 심각하다. 여기에 생리용품 처리 문제까지 더해지니, 화장실에 휴지통이 존재하는 구조적 모순이 더욱 도드라진다.

따라서 해결책은 분명하다. 첫째, 공공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치우고, 둘째, 휴지를 완전히 흘려보낼 수 있는 수준의 변기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위생문화와 서비스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본적인 인프라 혁신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가장 충격을 받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국가적 이미지와 직결된다.

한국 사회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이제는 화장실 문화에서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공공정책의 시선이 닿지 못한 작은 영역 같지만, 사실은 일상에서 누구나 체감하는 영역이다. 한국의 화장실이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날, 진정한 선진국다운 면모가 완성될 것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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