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느리지만 철저한 진화—보온 도시락에서 일본의 AI까지

검고 큼직한 일제 코끼리표 보온 도시락통이 있었다. 80~90년대에 학교를 다녔다면 손에 익은 그 덩치, 겨울이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그 통의 감각이 남아 있다. 90년대에는 귀여운 흰색 모델도 보였지만, 기억 속 색상은 대체로 ‘시꺼멓다’에 가깝다. 그 통을 들고 다니던 어깨의 무게마저도 한 시대의 생활 감각이었다. 일본에 살다 보니 아침에 중학생 아이들 도시락을 여럿 싸게 되었다.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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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가 내 강의실에서 목소리를 얻은 날

오늘, 사회과 콘텐츠를 AI로 만드는 수업에서 작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목격했다. 이번 학기 처음으로 20분짜리 개인 발표를 맡겼는데, 한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 대신 AI 음성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도구가 바뀐 정도가 아니라, 발표라는 행위의 전제가 조용히 재설정되는 소리였다. 흥미로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발표를 들은 다른 학생이 자신의 코멘트와 질문까지 AI로 말하게 했고, 결국 AI가 발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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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외 카카오톡 유저가 부러워하는 ‘라인의 AI 답변’

요즘 카카오톡이 여러 가지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하지만, 해외 거주자 입장에서는 그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카카오톡을 쓰는 나로서는 특히 그렇다. 왜냐하면, 정작 가장 필요한 AI 기능이 해외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 ‘업그레이드가 불편하다’는 말이 많지만, 해외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 불편함조차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카오톡이 아니라 라인을 쓴다. 흥미로운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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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부야 한복판에 선 무신사, 그리고 세대가 바뀐다는 것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시부야를 찾았다. 나는 시부야를 그리 자주 가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고, 내가 필요한 것은 내 생활권 안에서도 충분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우연히 시부야의 중심 거리를 지나가다, 그 유명한 ‘무신사 팝업스토어’를 마주쳤다. 처음엔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건물 전체를 덮은 듯한 거대한 간판과 그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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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의 훠궈 레스토랑 하이디라오를 아시나요?

중국의 훠궈 전문 레스토랑 ‘하이디라오(海底捞)’는 이제 한국에서도 익숙한 이름이다. 마라탕 열풍과 함께 훠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이디라오는 ‘중국식 서비스의 정점’으로 불리곤 한다. 줄이 길어도 불평하는 이가 드물다. 기다리는 동안 음료와 과자가 제공되고, 심지어 네일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일본에서 그 긴 줄을 본 적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라는 호기심이 생겼고, 얼마 전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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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 첫 여성 총리 탄생 임박: 다카이치 사나에의 의미와 나의 환영

10월 4일,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가 승리했다. 이로써 일본은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는 64세의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농림수산상을 지낸 고이즈미 신지로와의 결선에서 국회의원표를 모아 역전했고, 중의원 지명 절차를 거쳐 총리로 선출될 전망이다. 일본 정치의 ‘유리천장’이 실제로 균열을 보인 날이었다.  나는 일본에 오래 살며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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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의 그라비아 아이돌이 보여준 AI의 새로운 가능성

도쿄에서 열린 AI 행사에 참석했다. 수많은 기업과 연구소, 스타트업이 각자의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지만, 그날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의외로 한 그라비아 아이돌의 발표였다. 그녀는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자신을 ‘AI 콘텐츠 프로듀서’라 소개했다. 스스로 회사를 세우고, 자신의 사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영상을 만들며, 사진집과 굿즈까지 제작·판매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놀라움을 넘어, AI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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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규율이 만든 질서, 그리고 그 그림자

도쿄 거리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정돈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길거리는 항상 깨끗하고, 자전거도 지정된 구역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신호 위반 차량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 같은 풍경은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규범과 제도의 결과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규칙을 지키는 습관을 강조한다. 유치원에서 줄을 서는 법, 차례를 기다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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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과 일본의 택배 시스템, 서로 다른 신뢰의 방식

한국과 일본의 택배 시스템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수령인이 집에 없어도 택배 기사가 집 앞에 물건을 두고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별도의 부재중 통지서를 남기거나, 다시 재배송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덕분에 소비자는 빠르고 간편하게 물건을 받을 수 있고, 기사 입장에서도 재배송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일본은 수령인이 부재 중이면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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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금 도쿄에서 가장 핫한 곳,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에 탄생한 뉴우먼 다카나와

9월 12일,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역 앞에 ‘뉴우먼 다카나와’가 문을 열었다. 개장 첫 주말에는 180여 개 점포에 몰린 인파로 긴 줄이 이어졌다. JR의 차량 기지였던 약 9.5헥타르 부지를 재개발해 상업시설,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문화창조시설까지 품은 대규모 복합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도쿄는 최근 시부야, 도라노몬, 야에스 등에서 잇달아 대형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다카나와가 주목받는 이유는 교통 요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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