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가 승리했다. 이로써 일본은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는 64세의 보수 성향 정치인으로, 농림수산상을 지낸 고이즈미 신지로와의 결선에서 국회의원표를 모아 역전했고, 중의원 지명 절차를 거쳐 총리로 선출될 전망이다. 일본 정치의 ‘유리천장’이 실제로 균열을 보인 날이었다.
나는 일본에 오래 살며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게 체감되는 장면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 그래서 이번 결과를 단지 ‘사건’으로만 보지 않는다. 도쿄대 출신도, 세습 정치인도 아닌 여성이 집권당의 수장이 된 사실 자체가 변화의 신호다. 여성 대표성의 구조가 하룻밤 사이에 바뀌진 않겠지만, 정당 내부와 관료 조직, 지방정치, 기업 의사결정 테이블까지 “가능하다”는 상상력을 밀어 넣는 첫 파문임은 분명하다.
다카이치의 노선은 보수적이고, 역사·안보·이민·젠더 이슈에서 논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상징정치의 힘은 현실정치의 모순과 병행한다. 일본 사회가 이 상징을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라는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젠더평등 정책과 일·가정 양립 제도를 실제로 강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의 내각 인선에서 여성 장관 비율과 정책 우선순위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일관계의 관점에서도 변화의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 ‘잃어버린 30년’을 지나 재도약을 모색하는 일본이, 상징과 실질을 동시에 잡으려면 주변국과의 협력이 필수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안보·공급망·교육·문화 교류에서 이미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상호존중과 실용주의의 레일 위에서 관계를 다지고, 젠더 포용의 흐름을 동아시아 전반으로 확산시키길 기대한다. 나는 이 변화를 환영한다. 그것이 여기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 한 외국인으로서 나의 솔직한 기쁨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