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택배 시스템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수령인이 집에 없어도 택배 기사가 집 앞에 물건을 두고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별도의 부재중 통지서를 남기거나, 다시 재배송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덕분에 소비자는 빠르고 간편하게 물건을 받을 수 있고, 기사 입장에서도 재배송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일본은 수령인이 부재 중이면 택배 기사는 반드시 ‘부재중 통지표’를 남긴다. 통지표에는 QR코드가 있어 온라인으로 재배송을 신청할 수 있고, 저녁 7시까지 드라이버에게 직접 전화를 하면 드라이버가 그날중으로 다시 가져다 주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아파트마다 택배 라커가 설치되어 있어, 부재 시에는 해당 박스에 물건을 넣고 우편함에 수령 번호가 적힌 종이를 남겨주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집 앞에 무인으로 택배를 두고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아마존 재팬의 일부 서비스가 예외적으로 그러한 방식을 허용하기도 하지만, 분실 위험이나 오배송 문제 때문에 널리 이용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본의 주거지에서 집 앞에 택배가 놓여 있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이 차이는 사회적 신뢰의 양상과도 관련이 있다. 한국은 CCTV가 생활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누군가 택배를 훔쳐 가도 쉽게 적발될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집 앞에 물건을 두는 방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반대로 일본은 아파트 복도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놓고 가는 배송’은 분실 및 분쟁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꼼꼼하게 재배송을 진행하거나, 택배 라커와 같은 보완 장치를 활용하는 방식이 발달했다.
결국 한국의 택배는 ‘속도와 편리성’을, 일본의 택배는 ‘안전과 꼼꼼함’을 특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으며, 각각의 사회가 가진 환경과 신뢰 구조에 맞춰 발전한 결과다. 다만 이 차이를 통해 우리는 두 나라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