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카오톡이 여러 가지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하지만, 해외 거주자 입장에서는 그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카카오톡을 쓰는 나로서는 특히 그렇다. 왜냐하면, 정작 가장 필요한 AI 기능이 해외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사용자들 사이에서 ‘업그레이드가 불편하다’는 말이 많지만, 해외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 불편함조차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카오톡이 아니라 라인을 쓴다. 흥미로운 점은, 라인에는 이미 AI 답변 기능이 자연스럽게 탑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화창에 문장이 뜨면 AI가 문맥을 읽고, 그에 어울리는 답변을 몇 가지 제안해준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저야말로, 언제나 감사합니다^_^ 서로 함께 성장해 나가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정말 기뻐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_^”
“서로 의지하면서 더 성장해 나가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
사용자는 그중 마음에 드는 문장을 탭 한 번으로 보낼 수 있다. 생각할 필요도, 단어를 고를 고민도 없다. 하지만 그 한 줄의 문장이 주는 온기와 위로는 예상외로 크다.
이 단순한 기능이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한다.
누군가가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MBTI로 말하자면 나는 ‘T’ 성향이 강하다. 즉,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그래서 상대가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면, 나도 모르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만다. 하지만 그게 상대의 마음을 다치게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라인의 AI가 대신 써주는 부드러운 문장을 보면, ‘이게 오히려 인간적인 대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AI가 대신 쓰는 답변이 진심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은 진심 이전에 배려가 기본이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은 진심이든 아니든 결국 상처를 남긴다. 그런 점에서 AI가 완충 역할을 해주는 것은 훌륭한 기술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메신저의 AI 답변 기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윤활유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말 대신 감정을 대신 읽어주고, 필요한 온도를 맞춰주는 기술. 그것이 진정한 AI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다.
카카오톡도 이런 기능을 해외 사용자들에게 하루빨리 제공해주길 바란다. 언어와 거리의 벽을 넘어, 대화의 온도를 잃지 않게 해주는 — 그게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업그레이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