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도쿄 코리아타운 페스티벌의 현장 -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2025년 10월 12일과 13일, 도쿄 신오쿠보 거리는 오전 일찍부터 들썩였다. 손에 손에 기념품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오쿠보 거리 일대를 가득 메웠다. ‘2025 도쿄 코리아타운 페스티벌’이 개최된 것이다. 도쿄 신주쿠의 쇼쿠안 도리(거리)와 오쿠보 도리(거리)는 이제 그냥 ‘한류의 거리’가 아닌 한국과 일본이 함께 어깨를 맞대고 문화를 나누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세대와 국경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잇는 따뜻한 축제의 장이 되었다.

이번 행사는 재일본도쿄한국인연합회, 민단신주쿠지부,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도쿄지회, 일반사단법인사랑의나눔, 재일본유학생연합회가 주관하고 재외동포청과 주일한국대사관, 신주쿠구청, 숙덕대학교, 오쿠보상점가진흥조합 등이 후원했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기관들이 같이 손을 맞잡은 행사였기에 곳곳에서 한일의 우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개막식은 한일 양국 인사들의 환한 미소와 박수 속에서 진행되었다. 축하무대로는 전통 가야금 연주를 시작으로 태권도 시범단의 역동적인 발차기가 무대 위를 뜨겁게 달구었다. 관중들은 ‘와!’ 하는 탄성을 내질렀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공연자들이 등장할 때면 아이들은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을 보는 듯 눈을 반짝였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딱지치기, 제기차기, 한궁, 윷놀이, 공기놀이 등 한국의 전통놀이가 펼쳐졌다. 일본 어린이들이 조심스럽게 제기를 차며 깔깔 웃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또 한복체험 부스에서는 일본인 관람객들이 ‘안녕하세요!’라며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정겹게 다가왔다. 한일가왕전의 김다현 가수도 분위기를 들뜨게 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사랑의 나눔]단체에서 주관한 ‘김치 만들기 체험’이 큰 인기를 끌었다. 동경한국학교 초등부 학생 60여 명이 이 체험에 참여해 붉은 고춧가루에 양념을 버무리며 한국의 맛을 손끝으로 배워 의미를 더했다. “처음엔 냄새가 좀 맵다고 느꼈는데, 만들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요. 나중에 엄마랑 같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참가 학생의 해맑은 말에 주위 어른들은 미소를 지었다. 차세대로서 이 아이들이 자라 언젠가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로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믿음이 그 속에 있었다.

거리에서는 또 하나의 장관이 펼쳐졌다. 조선통신사 행렬이 오쿠보 거리를 따라 화려하게 재현된 것이다. 깃발이 나부끼고 북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그 순간을 담았다. 수백 년 전 평화와 교류의 사신단이 일본을 방문하던 그날의 역사가 바로 이 거리에서 다시 살아난 듯했다. 이번 축제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회의원들과 신주쿠구 공무원들과 한국의 대사관 관계자들과 각 단체장들이 함께 자리하며 두 나라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위에서 따뜻한 악수를 나누었다.

신오쿠보 거리는 한류의 상징을 넘어 공존과 화합의 현장이 되었다. 화장품 가게 앞에는 젊은 일본인 여성들이 줄을 서고 한식당에서는 김치찌개 냄새가 골목을 가득 메운다. 때로는 작은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이 거리를 다시금 평화의 거리로 만들고 있다. 김치 양념으로 붉게 물든 어린 손 그리고 그 손이 내일의 희망을 버무리고 있음을 느낀다. 신오쿠보의 작은 골목에서 피어오른 김치의 향기, 태권도의 함성 그리고 전통 가락이 뒤섞인 그 현장은 ‘축제의 흥겨움’을 넘어 ‘공존의 가능성’을 노래하고 있었다. 언젠가 먼 훗날 누군가 “한일의 화해가 어디서 시작되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신오쿠보의 좁은 골목에서 김치를 함께 버무리던 어린이들의 웃음 속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