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거리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정돈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길거리는 항상 깨끗하고, 자전거도 지정된 구역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신호 위반 차량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 같은 풍경은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규범과 제도의 결과이다.
일본 사회에서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규칙을 지키는 습관을 강조한다. 유치원에서 줄을 서는 법, 차례를 기다리는 법, 집단 안에서의 조화를 배우며 성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감각이 몸에 배고,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질서를 중시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여기에 더해 엄격한 단속이 뒤따른다. 일본의 전철과 철도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특급권이 없는 승객은 차량 객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으며, 좌석 뒤에 서 있는 것도 금지된다. 외국인이 여행가방을 잔뜩 들고 모르고 올라탔다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객실차량에서 추방되고 차량 연결부분의 빈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 이처럼 강력한 규칙 덕분에 객실 내부는 언제나 쾌적하게 유지된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단속, 주정차 위반에 대한 철저한 제재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규칙을 어기면 불이익이 확실하게 돌아오고, 그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더불어 주변의 시선과 압력도 규범 준수를 더욱 강하게 뒷받침한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일본 사회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유지한다. 기차는 정시에 도착하고, 행정 절차는 일정한 규정을 따라 진행되며, 거리에서 큰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규율 중심의 구조는 다른 문제도 낳는다. 절차가 지나치게 중시되다 보니 융통성이 부족하고, 단순한 일에도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등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얻는 대신 유연성을 잃는 것, 이것이 일본 사회의 특징적인 양면성이라 할 수 있다. 규율의 힘은 사회를 편안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변화를 더디게 만드는 제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바로 이 균형 속에서 일본 사회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