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가 내 강의실에서 목소리를 얻은 날

오늘, 사회과 콘텐츠를 AI로 만드는 수업에서 작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목격했다. 이번 학기 처음으로 20분짜리 개인 발표를 맡겼는데, 한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 대신 AI 음성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도구가 바뀐 정도가 아니라, 발표라는 행위의 전제가 조용히 재설정되는 소리였다.

흥미로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발표를 들은 다른 학생이 자신의 코멘트와 질문까지 AI로 말하게 했고, 결국 AI가 발표하고 AI가 음성으로 답하는 기묘하면서도 매끄러운 장면이 강의실을 채웠다. 서로의 생각을 기계의 목소리에 실어 보내지만, 토론의 흐름과 긴장감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 학생의 연출이었다. 보통 발표는 한 사람이 일방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그는 두 개의 캐릭터를 만들어 AI 두 명이 대화하듯 설명을 이어갔다. 논점을 주고받으며 오해를 교정하고, 사례를 끼워 넣고, 맥락을 정리하는 ‘대화형 발표’는 학생들의 몰입도를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일본어 AI 음성의 억양은 여전히 어색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 서툶을 무릅쓰고 “발표자는 앞에 서서 말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벗겨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한 명의 학생이 AI 두 명을 무대로 불러내 발표를 구성한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오늘은 분명 의미 있고, 신선하며, 혁신적인 날이었다.

학습의 초점도 미묘하게 이동했다. 한 나라를 조사해 발표한 이번 과제에서, AI는 자료 정리와 내러티브 구성, 음성 낭독을 도와 시간을 단축했다. 학생은 암기와 낭독 대신 설계와 검증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프롬프트를 다듬고, 장면 전환을 설계하고, 어떤 근거를 어떤 목소리로 배치할지 고민하는 일들이 새로운 ‘학습의 현장’이 되었다.

그렇다고 20분을 통째로 AI가 말하게 두면 지루해지기 쉽다. 오늘의 시도가 빛났던 이유는 리듬과 연출이었다. 대화 구조로 속도를 조절하고, 핵심 근거가 나올 때마다 화면에 지도·사진·인용을 짧게 띄우며, 청중의 호기심을 다시 붙잡았다. 다음 번에는 시작과 끝에 1분짜리 ‘인간의 목소리’로 프레이밍과 요약을 직접 전하게 하고, 중간에는 근거 표시에 맞추어 정지 화면이나 슬라이드 전환을 의무화하면 더 좋겠다. 과정 평가를 위해 프롬프트 로그와 초안–수정본을 함께 제출하게 하면, 학습과 저작의 책임도 분명해진다.

공정성과 윤리의 문제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 AI 사용을 명시하고, 사실 검증과 출처 표기를 분리해 평가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 목소리 도용과 개인정보 노출에 주의시키고, 접근성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본 장비와 가이드를 제공하며, 언어별 억양 한계를 수업의 변수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AI는 효율을 주지만, 장면을 설계하고 의미를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일이다.

오늘 나는 대학 수업과 과제 발표의 진화가 실제로 시작되는 첫 걸음을 보았다. 앞으로도 이런 과감한 시도를 더 많이 장려하고, 실패를 포함한 실험의 공간을 넓혀 갈 생각이다. 강의실의 규칙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규칙을 바꾸는 날은 언제나, 누군가 한 번 먼저 해낸 바로 그날부터 시작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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