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제학술지, 피로한 명성과 산업이 된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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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사이언스의 공식 홈페이지 Science Insider-SCIENTIFIC COMMUNITY 섹션에 하나의 칼럼이 올라왔다. 그 칼럼은 “과학적 사기가 이제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는 강렬한 제목을 달고 있었다. 동시에 그것은 한 편의 논문을 소개하고 있었다. 제목은 “The entities enabling scientific fraud at scale are large, resilient, and growing rapidly”. 이 논문은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리처드슨(Reese A. K. Richardson) 교수팀이 발표한 것으로, 현재 과학 출판 생태계에 뿌리내린 구조적 사기의 실체를 분석한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 논문은 2025년 8월 4일자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되었다. PNAS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가 발행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다학제 학술지 중 하나로, 1914년 창간 이래 생명과학, 물리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소개해오고 있다. 영향력 있는 연구가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엄정한 동료심사와 신속한 출판을 특징으로 한다.

이 연구는 단순히 ‘가짜 논문’이나 ‘논문 대필 공장(paper mills)’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출판 브로커, 허위 학술대회, 하이재킹 저널, 심지어 대형 출판사의 내부 편집자들까지 연루된 국제적 사기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밝힌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일부 저자들은 특정 편집자에게 반복적으로 논문을 배정받으며 서로의 논문을 교차 심사해주는 내부 공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 결과, PLOS ONE의 경우, 전체 논문의 1.3%를 다룬 소수의 편집자들이 전체 철회 논문의 30.2%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팀은 이미지 중복과 불일치, 유사한 표현을 이용해 논문을 무더기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기의 흔적을 추적했고, ARDA(인도 체나이 소재의 Academic Research and Development Association)라는 조직이 수백 개 저널과 연결된 출판 브로커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ARDA는 매년 수십 개의 저널 목록을 바꿔가며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저널을 ‘유통’하고 있었고, 이 중 상당수는 이미 Scopus 등에서 제외(deindexed)된 이력이 있는 의심 저널이었다.

놀라운 건, 이 연구가 다룬 시기가 AI, 특히 ChatGPT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이전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이미 퍼플렉스티, 제미나이 등 다양한 생성형 AI가 논문 작성에 쓰이고 있고, 리뷰조차 AI로 대체하는 연구자도 있다. 즉, 이 논문에서 드러난 구조적 부패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깊은 우려를 낳는다.

나는 현재 일본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과거에 국제학술지의 편집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 연구자로서 논문을 투고할 때마다 심사 과정에서 받는 거절, 수정 요청, 끝나지 않는 대기 시간은 일상이다. 하지만 편집자로서의 경험은 그 이면의 현실을 보게 했다. 리뷰어를 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10명에게 메일을 보내도 1~2명 겨우 응답이 오는 현실. 리뷰를 수락하고도 끝내 제출하지 않는 사람들. 독촉 메일을 보내도 묵묵부답인 사례는 다반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자원봉사’라는 것이다. 리뷰어도, 편집자도 돈을 받지 않는다. 그 결과, 책임은 희박해지고, 심사의 질과 속도는 낮아진다. 바쁜 연구자일수록 이런 요청을 ‘시간 낭비’로 간주하며 거부한다. 이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계에 도달해 있었고, 지금은 AI와 논문 사기 산업의 결합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여전히 ‘국제학술지 게재 수’만으로 연구자의 역량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논문 몇 편 썼는지가 연구의 깊이와 진정성을 대변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임팩트 팩터’라는 수치를 숭배하고 있다. 그 사이, 진짜 과학은 왜곡되고, 불신은 쌓이며, 윤리는 무너지고 있다.

리처드슨 교수팀의 연구는 단순한 고발을 넘어선다. 이들은 무작위 분석이 아닌, 수십만 개의 메타데이터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집단적 배신(collaborative defection)’의 구조를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이들은 이런 ‘배신자’들을 제재할 구조가 현재로서는 너무 미약하며, 지금의 출판 생태계는 이들에게 너무도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는 이 칼럼을 통해 묻고 싶다. 아직도 우리는 논문 개수로 연구자의 역량을 판단할 것인가? 아직도 우리는 몇몇 지표로 연구의 가치를 재단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변화할 것인가?

학술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평가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숫자가 아닌, 연구자의 진정성과 윤리, 교육과 사회 기여도를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고 있는 가짜 논문들 앞에서, 우리는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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