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성경과 영어 성경의 용어에 대하여 1
지난 호에서 영어 성경과 한글 성경에서의 용어가 같은 듯 다른 이유를 성경 번역의 원전에 찾을 수 있음을 알아보았다. 필자가 한글 성경과 영어 성경의 용어에 관해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대학교 영문학 수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만 해도 필자는 교회를 다니지 않아 신앙적 배경이 없을 때였다. 언어는 속성이 그 언어가 속한 문화를 반영하기에 영어 또한 영문학을 통해 영어의 속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영문학 또한 성경을 배경으로 한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 영어와 영문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 성경을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 영문학 시간에 다루고 있는 내용 중에는 아브라함이 100세가 되어 낳은 아들 이삭을 번제 드리는 장면이 있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는 표현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데, <하나님은 왜 인간을 시험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하나님의 시험에 관한 이중성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리포트를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주변의 교회 다니는 학우들에게 <인간에게는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 해놓고, 하나님은 왜 인간을 시험하는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대답해 주는 학우는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그중의 한 명이 종로에 소재한다는 성경연구소를 소개해 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전화하니 어떤 연구원의 대답은 <형제님! 그런 건 따지지 말고 그냥 믿으세요!> 였다. 아니 교회를 다녀야 믿든지 말든지 하는 것이지 교회를 다니지도 않는 사람에게 맹목적으로 믿으라고? 지금 생각하니 전도의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답변을 한 것이었다. 또한 교인 중 남성을 형제라고 부르고 여성을 자매로 부르는 것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아마도 형제나 자매라는 표현은 <brothers and sisters in Jesus Christ(예수 그리스도 안의 형제 자매 여러분)>이라고 하는 영어 예배의 표현에서 따온 것이리라.

그러다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나서 아내 덕분에 교회를 다니게 되면서 한글 성경은 물론 영어 교사라는 직업상 영어 성경으로도 통독(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기)할 기회가 있었다. 통독하다 보니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의 시험은 <temptation> 즉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십사 하는 간절한 기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 드리라는 시험은 <test> 즉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셨던 것이다. <temptation>과 <test>라는 두 단어가 우리말로 우연히 <시험>이라는 동일한 단어로 번역되다 보니 발생한 오해였다. 한글 성경이든 영어 성경이든 이 부분을 다룰 일이 있으면 <temptation과 test>라는 두 단어만 설명해 주어도 너무나 클리어하게 이해될 용어이자 상황일 텐데 왜 아무도 맥락 없이 그냥 믿으라 하고 또 그냥 믿어야 한다는 말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경연구소에서 했던 대답 <형제님 그런 건 따지지 말고 그냥 믿으세요>는 이제 지양되어야 할 표현이다. 오히려 위와 같은 맥락 있는 설명으로 성경은 믿을 만하니까 믿는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통독 과정에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마22:21)>라는 표현이었다. 이를 영어 성경에서 찾아보니 <So give back to Caesar what is Caesar’s, and to God what is God’s. (NIV)>이었다. 씨저라는 인물이 영어 성경에서는 <Caesar>이고, 한글 성경에서는 <가이사>였다. Caesar에 발음기호[ ]를 씌우면 [가이사]다 되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한글 성경이 영어를 번역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아직 어떤 설교 시간에도 이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을 들어본 적 없다. 맥락도 없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표현을 세상 세금은 세금대로 납세하고, 하나님에게 낼 헌금은 헌금대로 제대로 하라는 설교는 몇 번 들어본 것 같다. 예수님의 활동 시기는 로마가 지배하던 시대이고, 이때의 로마의 황제를 Caesar라고 칭하여 Caesar는 황제라는 단어가 되었다.
역사적 아이러니는 Julius Caesar 자신은 아직 황제가 되지 못한 종신독재관이었고, 그의 양아들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로마의 1대 황제가 되었음에도 Caesar 자신은 황제라는 대명사가 된 것이다. 지배국 로마의 황제가 요구하는 세금을 거부하면 처벌의 대상이니 세금을 체납하지 말라는 뜻으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표현이 생긴 것이다. 성경 용어도 제대로 알려면 영어사와 성경사는 물론 세계사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함을 알게 된 기회였다. 다시 도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