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고향의 따뜻한 품속을 안고 살아간다

한국에서 살 때의 이야기다. 내가 젊은 시절 살던 곳은 대구 인근 달성군 논공이라는 동네이다. 한때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지만 어느 순간 광역시의 품으로 들어가 급격히 변한 동네이다. 지금은 달성공단이 들어서 공단 지역으로 변했지만 그 일대엔 여전히 견훤과 궁예가 전쟁을 치렀다는 흔적이 이름으로 남아 있다. 파군제, 청천, 반야월, 안심, 대덕산 등 그 지명을 불러 보기만 해도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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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장터에서 다시 만난 시간의 향기

내 고향 신산에는 아직도 5일장이 열린다. 끝 자리가 0과 5일이면 장이 선다는 사실은 달력을 보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한다. 인근 고령에서는 2일과 9일에 장이 서는데 마침 오늘이 29일 고령장날이다. 외국에 살다가 모처럼 고향에 온 김에 새벽 6시에 일어나 장터로 향했다. 고령은 옛 가야 문화의 중심지다. 가야의 숨결이 곳곳에 남아 있고, 성주와 더불어 참외와 딸기로 전국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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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일본 교육개혁이 던지는 질문

변화에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평가받던 일본이, 2020년대 들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교육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재생’이라는 구호로 시작된 개혁의 불씨는 정권이 바뀌어도 방향을 달리하며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목적은 단순하다. 무너지는 공교육을 다시 세워 국가 경쟁력을 지탱하는 토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의 확산은 일본 교육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학력 격차, 학생 고립, 학교의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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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영칼럼 57> 여고 vs. 남고

– 여고 선생님 vs 남고 선생님 – <여고 선생님들은 남고 선생님들보다 수명이 10년은 연장되겠다!> 남고 교사로 30년 넘게 근무하다가 정년퇴직 후, 새롭게 시작한 여고에서의 첫 학기를 마치는 소감이다. 미션 스쿨이다 보니 단순한 여고만의 문제는 아닐 듯도 하지만, 외형적으로 남고와 여고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남고와 여고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여고 선생님은 수명, 10년 연장>이 키워드다. 등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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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스승일 때 교육은 비로소 살아납니다

잠깐 햇살이 스며드는가 싶더니 이내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앉습니다. 비에도 성격이 있는 걸까요. 20여 년 만에 찾은 고국의 하늘은 유난히 변덕을 부립니다. 퍼붓다가 금세 걷히고 또다시 쏟아내기를 며칠째입니다. 잠깐 그친 틈을 타 뒷산으로 버섯을 찾아 나선 나는 천둥의 포성에 떠밀려 허겁지겁 집으로 다시 쫒겨옵니다. 소란이 가신 뒤 고요를 뚫고 울려 퍼진 건 매미의 울음 소리입니다.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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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사이버대 “현장형 보안 인재 양성”

생성형 AI 확산·Web3 확대 속 보안 수요 급증… 2026학년도부터 커리큘럼 대폭 개편 세종사이버대학교 정보보호학과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으로 사이버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학교는 2026학년도를 기점으로 △암호화폐·블록체인 보안 △AI 보안 △정보보호 국가자격증 지원을 3대 핵심 분야로 선정하고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은 이론 전달 중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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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 피어난 이름 없는 꽃, 윤주

세월은 많은 것을 흐릿하게 만들지만,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선명해지는 법입니다. 오래 전, 대구광역시의 끝자락에서 아직은 시골의 정겨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던 안일초등학교에서의 그날처럼 말입니다. 그날은 유독 고요하게 공부에 몰두한 수학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문제 풀이에 몰두해 연필 굴러가는 소리만 들리던 교실의 적막을 깨고 한 아이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선생님, 경아가 많이 아픈가 봐요.” 모든 시선이 경아에게 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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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 서로의 난로가 되어준다면

창밖의 공기가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옷깃을 여미며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계절은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라며 등을 떠밉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마음속에는 묘한 조바심과 아쉬움이 교차하곤 합니다. 이루지 못한 계획들, 부족했던 나의 모습들이 차가운 바람을 타고 선명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마음 끝에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올해, 나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을까?”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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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그것은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

우리는 삶을 하나의 견고한 성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단단한 가치관이라는 주춧돌 위에, 긍정이라는 기둥을 세우고, 성실이라는 지붕을 얹어 결코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성채를 완성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는 삶의 실체는 어떻습니까. 제아무리 굳건한 결심도 때로는 힘없이 흔들리고, 가슴에 품어온 소중한 소망조차 일순간 포기하고 싶어지는 나약함이 우리를 습격하곤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흔들림’을 실패나 패배의 전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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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넘을 수 없는 모래 언덕

해질 녘 해변, 산란기를 맞은 바다거북은 모래를 깊게 파고 500개에서 1,000개에 달하는 알을 낳습니다. 어미가 떠난 후, 모래 더미 아래에서 깨어난 새끼 거북들에게 세상은 축복이기 전에 거대한 ‘벽’입니다. 수백 킬로그램의 무게를 지닌 모래를 뚫고 나가는 일은 갓 태어난 새끼 한 마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거북들은 놀라운 ‘시스템적 분업’을 시작합니다. 맨 위의 거북은 천장을 파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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