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넘을 수 없는 모래 언덕

해질 녘 해변, 산란기를 맞은 바다거북은 모래를 깊게 파고 500개에서 1,000개에 달하는 알을 낳습니다. 어미가 떠난 후, 모래 더미 아래에서 깨어난 새끼 거북들에게 세상은 축복이기 전에 거대한 ‘벽’입니다. 수백 킬로그램의 무게를 지닌 모래를 뚫고 나가는 일은 갓 태어난 새끼 한 마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거북들은 놀라운 ‘시스템적 분업’을 시작합니다. 맨 위의 거북은 천장을 파내고, 중간층은 옆벽을 허물어 공간을 만듭니다. 쏟아져 내리는 모래는 아래쪽 거북들이 꾹꾹 밟아 단단한 디딤판을 만들고, 가장 밑바닥의 거북들은 동료들이 흔들림 없이 일하도록 온몸으로 무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됩니다. 누군가는 파고, 누군가는 다지고, 누군가는 견디는 이 일사불란한 협동이 있어야만 그들은 비로소 푸른 바다를 마주하게 됩니다.

해변에서 새끼 바다거북들이 바다로 향하고 있는 모습, 저 멀리 해가 지고 있어 따뜻한 노을이 비추고 있는 풍경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 바다거북의 지혜가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는 순간이 많습니다. 젊었을 때, 모둠별로 창의적인 구조물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여기는 이렇게 세워야 해!”, “아니야, 내 방식이 훨씬 멋져!” 아이디어는 풍부했지만, 그 생각들이 ‘함께’라는 용광로에서 섞이지 못하니 갈등만 폭발했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으면 입을 닫아버리는 아이, 남의 실수를 비난하는 아이, 튀고 싶어서 규칙을 어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아름다워야 할 구조물은 형체도 없이 무너져내립니다. 바다거북 중 한 마리라도 “왜 나만 밑바닥에서 모래를 밟아야 해? 나도 위에서 천장을 팔 거야!”라며 이탈했다면, 그들 모두 모래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입니다.

캠프파이어를 할 때 장작들을 관찰 해 본 적이 있나요? 제아무리 좋은 나무라도 홀로 떨어져 있으면 금세 불꽃이 사그라듭니다. 먼저 불이 붙은 장작이 밑불이 되어 온기를 나누고, 나중에 놓인 장작이 그 열기를 이어받아 서로 몸을 맞댈 때 비로소 거대한 불길이 일어납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유능함’을 증명하는 기술보다, ‘우리의 가능성’을 믿는 공동체 의식입니다. 내가 낸 의견이 당장 채택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다른 친구의 생각을 보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캠프파이어 주위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과 사람들의 실루엣

교육의 현장에서 우리 어른들과 학생 리더들의 역할은 명확합니다. 수많은 이견(異見)이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조정 능력’입니다. “네 생각은 지붕을 만드는 데 좋겠구나, 그럼 너의 아이디어는 바닥을 다지는 데 써 보자.” 이처럼 서로 다른 재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갈등의 순간에 소통의 숨통을 틔워주는 리더가 있을 때 교실은 ‘모래 구덩이’가 아닌 ‘성장의 요람’이 됩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래 더미 속 새끼 거북들처럼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발판을 닦아주며, 거친 파도가 기다리는 인생이라는 대양으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네가 밟고 있는 그 모래 한 줌이, 우리 모두를 밖으로 나가게 하는 위대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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