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의 차가운 설면 위에서, 그리고 뜨거운 테니스 코트 위에서 우리는 단순히 메달의 색깔보다 더 찬란한 빛을 목격했습니다. 그 빛은 완벽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부서지고 무너졌던 자리에서 다시 피어난 의지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스노보드 신성 최가온과 테니스의 전설 라파엘 나달. 종목도, 나이도, 국적도 다르지만 그들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단 하나의 단어, ‘레질리언스(Resilience)’라는 회복의 힘이 새겨져 있습니다.
최가온 선수는 이번 무대에서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완벽을 향해 준비했던 기술은 찰나의 순간 균형을 잃었고, 그는 차가운 눈 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부상과 실패라는 이중고가 덮친 순간, 관중석의 탄식과 함께 그의 꿈도 함께 얼어붙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경기는 점광판의 숫자가 멈춘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몸은 아팠지만 마음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그는 다시 보드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세 번째 시도에서 그는 두려움을 밀어내며 자신의 한계를 넘었습니다. 금메달은 그 노력의 결과물일 뿐, 진짜 승리는 두 번의 추락을 딛고 다시 도약대를 향해 걸어갔던 그 뒷모습에 이미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회복의 드라마는 스페인 마나코르의 작은 섬에서 온 라파엘 나달에게서도 발견됩니다. 그의 커리어는 어쩌면 ‘재활의 기록’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수많은 부상과 싸워온 시간이었습니다. 무릎, 발목, 손목까지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통증 앞에서 사람들은 은퇴를 점쳤지만, 그는 매번 침묵 속에 코트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거머쥐었던 우승컵은 단순히 강력한 포핸드 덕분이 아니라, 수백 번의 패배감과 부상의 공포를 이겨낸 집념의 상징이었습니다. 교육적 관점에서 그의 경기를 바라본다면, 그것은 승점의 획득을 넘어 ‘넘어진 자가 어떻게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가’에 대한 거대한 강의와 같습니다.
사실 ‘레질리언스’는 단순한 인내를 넘어선 능력입니다. 불리한 조건과 극한 상황 속에서도 원래의 자리, 혹은 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돌아오는 힘을 의미합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한국 청소년들이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는 능력이 우수하다고 말하지만, 시험 점수로 측정되는 회복력과 삶의 현장에서 마주하는 회복력은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입시와 사회적 구조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키워야 할 힘은 교과서 안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실패를 경험하고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 즉 흉터조차 훈장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에서 나옵니다.
최가온의 점프와 나달의 포핸드는 이제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멈춰 서 있는가?” 금메달은 목에 걸 수 있지만, 레질리언스는 마음에 새겨야 하는 것입니다. 이 힘은 스포츠 경기장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각자의 가정에서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합니다. 차가운 설면 위에서, 그리고 뜨거운 하드코트 위에서 두 사람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넘어짐은 결코 끝이 아니라,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바닥을 힘차게 차는 준비 과정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