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그 사실은 너무도 분명해서 오히려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마치 영원히 오늘이 계속될 것처럼, 마치 내 손에 쥔 것들이 끝까지 나와 함께 갈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늙을 대로 늙었는데도 죽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다 겪고도 떠나지 못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두려운 일은 아닐까요. 살아 있는 동안 가지려고만 하고, 이기려고만 하고, 더 많이 즐기려고만 했다면 죽음은 분명 상실일 것입니다. 손에 움켜쥔 것을 놓아야 하니까요. 애써 쌓아 올린 것들을 두고 가야 하니까요. 그들에게 죽음은 빼앗김이고, 박탈이고, 억울함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물 흐르듯 살아온 사람에게 죽음은 다를 것입니다.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고, 소유를 인생의 목적이라 여기지 않고, 하루하루를 맡겨진 시간처럼 살아온 사람에게 죽음은 낯선 파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만남일지 모릅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 삶이 다하면 죽음이 오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늘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준비합니다. 내일에 무슨 일이 있을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오늘 성실히 살면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 믿음 하나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고, 일을 하고, 누군가를 사랑합니다. 내일 뒤에 또 내일, 그 다음의 내일. 그리고 언젠가 그 끝에 죽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사실 내일을 준비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새로 태어납니다. 어제의 나는 이미 사라졌고, 오늘의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몸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마음도 자랍니다. 어제의 고집은 오늘의 이해로 바뀌고, 어제의 미움은 오늘의 용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죽고, 날마다 조금씩 부활합니다. 그래서 내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살 만합니다.

밝은 빛 속에서 터널을 향해 걸어가는 실루엣


거창한 성공이 아니어도 됩니다. 단지 성실하게, 조금 더 착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오늘을 사는 것. 선함과 아름다움과 사랑과 친절을 선택하는 것. 누군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 그것이 곧 내일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오늘 성실히 준비했다면, 내일이 아름다울 것입니다. 만약 내일 내가 죽는다면, 오늘의 그 성실함이 나 대신 천국의 문을 힘껏 두드려 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내일 내가 살아 있다면, 나는 이미 어제 준비해 둔 천국을 조금 앞당겨 살아가고 있는 셈일지도 모릅니다. 

천국은 멀리 있는 장소가 아니라, 성실히 준비하는 사람에게 오늘도, 내일도 열리는 시간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다음 날에도 해는 떠오르고, 밥은 익고, 아이들은 웃습니다.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또 하나의 내일을 맞이합니다. 떠난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할 뿐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이미 천국에 발을 들여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대 중국의 관료들이 서판을 읽고 있는 장면. 중심에 있는 인물이 권위를 가지고 문서를 들고 있으며, 주변에 여러 명의 인물이 함께하고 있는 모습.

마지막은 거대한 파괴의 장면이 아닙니다. 우리의 숨을 죄게 하는 공포의 사건도 아닙니다. 마지막은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라고 건네는 조용한 신호입니다. 오늘이 용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 오늘이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으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 어쩌면 죽음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를 겁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를 깨우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을 소중히 붙잡고, 미루지 않고, 사랑을 아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죽음은 두려움이라기보다 질문입니다. “오늘을 다 살았느냐?” “후회 없이 사랑했느냐?” “내가 살아온 인생을 인정하고 품을 수 있느냐?” 그 질문 앞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고요한 만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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