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칼럼 57> 여고 vs. 남고

– 여고 선생님 vs 남고 선생님 –

<여고 선생님들은 남고 선생님들보다 수명이 10년은 연장되겠다!>

남고 교사로 30년 넘게 근무하다가 정년퇴직 후, 새롭게 시작한 여고에서의 첫 학기를 마치는 소감이다. 미션 스쿨이다 보니 단순한 여고만의 문제는 아닐 듯도 하지만, 외형적으로 남고와 여고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남고와 여고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여고 선생님은 수명, 10년 연장>이 키워드다.

등굣길 학생들은 모두 지하 1층을 거쳐 교실로 올라간다. 개별적으로 지정된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신기 위해서다. 그리고 각 교실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층별 복도에는 재활용 분리함이 따로 있다. 그리고 그 재활용 쓰레기함은 환경미화원 여사님 두 분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리한다. 하루 종일 쉼 없이 청소만 하시는 듯하다. 환경이 깨끗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가 교실이건 복도이건 학생들이 마치 자기 집 안방에서 공부하듯 털썩 주저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교실 수업과 진로 상담을 통해 만나는 여학생들의 일상 또한 남학교와 현저히 다르다. 수업 시간의 학생들은 우리 집에 찾아온 조카들의 복장인 듯 대부분 츄리닝 차림(사실은 체육복임)이다. 어쩌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화장기 머금은 세련된 여느 여고생들과는 너무도 다르다. 외모에 신경 쓸 시간에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복장과 외모 즉 화장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남학교에서와 동일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진로 진학 학습 특별 컨설팅으로 진행되는 진로 상담에 임하는 자세 또한 차별적이다. 월-화 아침, 점심에 1명(A), 소-목 아침, 점심에 1명(B) 이렇게 1주일에 2명을 집중 상담하는 시스템으로 매 학기 초에 상담 안내를 하고, 둘째 주 아침 7시에 상담 신청을 받는다. A 학생과 B 학생이 친한 사이라면, 둘이 월요일부터 같이 참여할 경우 수목에는 영어학습 전략 상담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전 학교나 이곳 숭의여고나 동일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두 학교 모두 상담 신청 후 2시간이면 한 학기 상담 예약이 마감된다. 고마운 학생들이다.

그런데, 전 학교에서는 A, B 학생이 별도로 찾아와서 각각 상담 신청을 하고, 자신만의 상담을 받는다. 잘못된 것은 없으나, 영어 학습 전략을 위한 보너스는 챙기지 못한다. 여고는 달랐다. 상담 신청 시간에 두 명이 나란히 찾아와 둘이 같이 듣고 싶다고 찾아온다. 아침 7시 10분에 시작되는 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명도 불평 없이 모두 환한 모습으로 참여한다. 그렇게 1주일간 진로진학 및 학습 그리고 영어학습 전략을 상담으로 마치고 나면 학생들의 표정에서 상담 효과를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의 표정과 상담 소감 말하기를 듣노라면 마치 보람이라는 보약을 먹는 기분이다.

공부하는 태도에서의 진지함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키높이 책상을 자유자재로 옮겨가며 수업 효과를 높이는가 하면, 선생님들이 조금의 자유시간을 주면 키높이 책상은 복도 행인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늦가을과 겨울의 복도는 적당히 쌀쌀하여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학생들의 열정이 보이는 대목이다. 시험 감독을 할 때면, 감독으로 할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학생들 감독한다고 돌아다니면 민폐가 될 정도로 진지하게 시험을 본다. 문제를 보지도 않고 시험문제를 한 번호로 찍는 아이들이 많은 남고와는 사뭇 다르다. 적어도 시험시간의 학생들 차이는 마치 미녀와 야수들과 같다.

이렇게 학생들을 매일 만나는 여학교의 선생님들은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수명이 남고 선생님의 수명보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늘어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교사로서의 아픔이나 갈등보다는 보람과 희열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숭의여고 선생님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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