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63] jky의 성경이야기

– Bible의 어원을 찾아서 –

#Bible #어원 #파피루스 #비블로스 #언어의 역사

지난 두 칼럼에서 ‘가이사’라는 표현이 영어식 발음 ‘씨저’보다 원전인 헬라어에 더 가깝다는 사실과, ‘기독교’라는 명칭이 지닌 포괄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언어는 시대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기에,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들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는 흥미로운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성경(Bible)의 어원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모순>이라는 단어는 BC 3세기경 전국시대의 법가 사상가인 한비(韓非)가 쓴 《한비자》 〈난일(難一)〉 편에 나온 말로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를 파는 상인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는 ‘자상모순(自相矛盾)’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렇게 창과 방패라는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추상적 개념으로 은유적인 의미 전용이 일어나는 예로 <자 → 척도, 거북 등껍질과 거울 → 귀감, 수레바퀴의 자국 → 궤도, 얼음덩어리 → 빙산의 일각> 등이 있다. 이러한 은유적인 의미 전용의 예로 <갈대에서 피어난 거룩한 책>이 성경(Bible)의 어원인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 사람의 초상화와 그 옆에 있는 책의 표지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가장 거대한 텍스트, 성경(Bible)이라는 이름 뒤에는 흥미로운 식물과 항구도시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단어의 뿌리를 찾아 고대 이집트의 나일강 변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서 자라던 수생 식물 파피루스(갈대)가 있다. 파피루스(Papyrus)는 껍질을 벗겨 겹쳐 말리면 훌륭한 필기 재료가 되었고, 이것이 훗날 영어 단어 <paper(종이)>의 뿌리가 되었다. 이 파피루스가 지중해를 건너 수출되던 중심 항구가 바로 페니키아의 비블로스(Byblos)였다.

이집트인들은 갈대를 <파피루스>라고 불렀지만, 이를 수입해 쓰던 그리스인들은 파피루스(갈대)로 만든 두루마리 종이가 <비블로스(Byblos)>라는 항구를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종이 자체를 <비블로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파피루스(갈대/종이)>가 <비블로스(항구)>를 거쳐 그리스로 넘어가면서 파피루스(갈대)는 이제 <비블로스(종이/책)>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게 된다. 종이를 뜻하던 <비블로스>는 점차 <책>이라는 일반적인 의미의 <비블리온(Biblion)>이 되었고, 이 Biblion의 복수형인 <비블리아(Biblia)>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The Bible>이 된 것이다.

고대 문서의 일부로 보이는 아랍어로 쓰인 손으로 쓴 글씨가 있는 파피루스.

어원적 의미의 성경은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내용을 담기 위해 가장 귀한 종이에 기록된 <책 중의 책, 거룩한 책>이라는 의미가 있다. BC 3세기쯤으로 추정되는 두루마리 형태의 고대 사본 시대에 파피루스나 양피지에 필사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베껴 쓰면서 시작된 성경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의 발달로 인한 대중에게로의 성경 보급 시대를 거쳐 KJV, NIV, CEB 등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셀러다.

그런데, 성경을 영어로 그냥 The Bible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holy(거룩한)라는 수식어가 붙은 The Holy Bible이라고 할까? holy라는 수식어는 성경이 단순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종이 뭉치를 넘어 인간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인류의 경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의 정석과 성문 종합영어는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수학과 영어의 바이블이었다.>처럼 가장 표준적이고 권위 있는 비유로 Bible이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일반 명사를 고유 명사화하는 것을 환명법(Antonomasia)이라고 한다.

<jky의 성경이야기>는 <jky의 영어이야기>의 일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경의 내용은 신학을 전공한 목회자들께서 다룰 영역이다. 영어학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jky의 성경이야기>와 <jky의 영어이야기> 모두 작게는 영어학적인 측면에서, 조금 넓게는 역사 언어학적 의미에서 접근하고 있다. 글을 맺기 전에 문뜩 드는 생각으로 현대판 비블로스(Byblos)는 곧 <알림톡>이 아닐까 한다. 과거에는 항구를 통해 파피루스가 전해졌다면, 현대에는 스마트폰이라는 항구를 통해 <알림톡>이라는 종이가 쉴 새 없이 배달되고 있다. 선물 알림톡의 경우 전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선물로 인해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 또한 모순(contradiction)이 아닐까? 우리의 삶 속에 스며있는 성경 속 일상의 용어들이 독자들의 상식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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