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wn의 다양한 얼굴 –
#jky의영어이야기 #town #townhouse #countryhouse #ghosttown #Koreatown
지난 94호에서는 전치사 up과 down이 도시를 뜻하는 town과 결합하여 어떻게 자본주의의 욕망과 계급을 상징하는 downtown(도심 및 상업지구)과 uptown(부도심 및 신흥부촌 주택가)으로 진화했는지 살펴보았다. 꼬꼬무처럼 우리가 흔히 고급 복층 주택을 부를 때 쓰는 타운하우스(townhouse)의 town은 어떤 의미일까가 궁금해진다. 타운하우스(townhouse)의 town은 다운타운(downtown)의 town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태와 뿌리는 같지만, 품고 있는 맥락은 전혀 다르다. <town>이 단순히 마을이나 도시를 뜻하는 단어 같지만, 어떤 상황과 짝을 이루느냐에 따라 귀족들의 화려한 사교장이 되기도 하고, 이민자들의 치열한 생존의 터전이 되는가 하면, 쓸쓸한 폐허가 되기도 한다. 이번 95호 칼럼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채롭게 표정을 바꾸는 town의 세 가지 얼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타운하우스(townhouse)라고 하면 도심을 살짝 벗어난 외곽에 자리 잡은 여유롭고 마당이 있는 고급 단독주택 단지 또는 고급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단어의 진짜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 그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타운하우스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에 드넓은 영지가 딸린 시골의 웅장한 저택 즉 컨트리 하우스(country house)에 거주했던 영국의 귀족이나 부유층들이 의회 또는 화려한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 시내에 마련한 집이 바로 타운하우스(townhouse)다. 즉, 타운하우스의 town은 downtown(상업지구)처럼 도시 내부의 구역을 나눈 것이 아니라, 시골(country)과 대비되는 의미로서 도시(town)를 뜻하는 표현이었다.
시골의 저택은 땅이 넓어 사방으로 넓게 지을 수 있었지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 런던은 땅값이 비싸고 공간이 좁았다. 그래서 좁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풍스러운 복층 형태의 집을 지어 살게 된 것이 오리지널 타운하우스(townhouse)다. 도심의 부자들이 서울 근교나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한국의 주택 문화와는 어쩌면 정반대의 주거 문화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할 타운(town)은 이민자들의 치열한 생존의 터전에서 보여주는 공동체로서의 town이다. Koreatown이 좋은 사례다. 사진 신부를 소개하는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낯선 땅에 도착한 한국의 이민자들에게 주류 사회의 거대한 도시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차갑고 두려운 환경이었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한국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곳에 모여 서로 의지하며 형성한 정착지(town)가 곧 코리아타운(Koreatown)이다. 코리아타운은 단순한 행정적인 구역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음식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는 눈물겨운 문화적 공동체를 의미한다. 외국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이민자들의 개척 정신과 애환이 바로 이 town이라는 단어 속에 진하게 녹아 있다.

Town의 세 번째 얼굴은 자본의 욕망이 휩쓸고 간 쓸쓸한 폐허의 도시를 의미하는 유령 도시인 고스트 타운(ghost town)이다. 화려함과 생명력이 넘치던 town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쓸쓸한 폐허로 전락하고 만다.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 즉, 캘리포니아 일대의 금광을 찾아 떠나는 Gold Rush 시대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허허벌판이었던 지역들에 순식간에 거대한 신흥 마을(일명 boomtown)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금맥이 고갈되고 주요 산업이 쇠퇴하자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결국 화려했던 마을은 버려진 건물과 잡초만 무성한 텅 빈 폐허로 남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를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마을이라 하여 고스트 타운(ghost town)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town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국 귀족들의 이중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교장(townhouse)에서부터, 이국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생존의 공동체인 코리아타운(Koreatown), 그리고 한국의 폐광지역처럼 자본주의의 흥망성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폐허의 도시인 고스트 타운(ghost town)까지 <town>이라는 소박한 단어 속에는 시대의 욕망과 인간의 역사가 담겨 있음을 알아보았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인류의 발자취와 그 지역 또는 국가의 문화가 새겨져 있다. 단어의 어원이나 배경을 알 때 어휘에도 오묘한 맛이 느껴진다. 우리 인생에도 각자의 오묘한 삶의 맛이 깃들여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