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p-down vs Bottom-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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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인생의 굴곡을 뜻하는 ‘up and down’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했다. 쉼 없이 위로 솟구치던 up의 여정에 이어, 오늘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down의 숨겨진 반전 매력으로 달려갑니다.
놀랍게도 down의 어원은 켈트어로 ‘언덕(hill)’을 뜻하는 ‘dun’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유명한 모래 언덕 국립공원인 ‘Indiana Dunes(인디애나 듄스)’의 dune 역시 정확히 같은 뿌리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렇다면 ‘언덕’을 뜻하던 단어가 어떻게 ‘아래로’가 되었을까? 고대 영어 시절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오다’라는 뜻의 ‘of dune’으로 쓰이다가, 세월이 흘러 앞부분(of)이 탈락하고 방향을 나타내는 down만 남게 된 것이다. 언덕(dune)에서 태어난 단어가 가장 낮은 곳을 향하게(down) 되었다는 언어의 역설이 퍽 흥미롭다.

down이라는 단어는 현대인들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과거 뉴욕 맨해튼의 지리적으로 낮은 남쪽(lower) 지역에 상업 지구가 밀집했던 것에서 유래해 오늘날 번화한 도심을 뜻하게 된 ‘downtown’, 거대한 메인 서버에서 내 개인 컴퓨터로 데이터를 내려받는 ‘download’, 그리고 아래층을 뜻하는 ‘downstairs’ 모두 공간적 하강을 의미한다.
부동산 거래 시 세금을 줄이려고 실제 거래액보다 숫자를 낮춰 적는 씁쓸한 관행인 ‘다운(down) 계약’ 역시 가치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행위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인들이 세금을 덜 내려고 가치를 깎아내리는 속임수로 <다운(down) 계약>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정작 영어권에서 부동산 거래 시 사용되는 down은 <down payment> 즉 계약금을 의미하여, 이는 테이블 위에 가장 먼저 현금을 내려놓으며 신용의 기초를 다지는 묵직하고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우리의 <다운 계약>에 해당하는 올바른 영어 표현은 이중계약(dual contracts)이다. 만약 영어권에서 계약 시 down을 써서 <He made a down payment.>라고 하면, 이는 ‘금액을 낮게 적었다’라는 뜻이 아니라 <계약금을 걸었다>라는 묵직하고 긍정적인 의미가 된다. 금액을 낮게 계약하는 한국식 계약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의 down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방향 부사 down과는 전혀 별개의 단어다. 이때의 down은 지능의 하강이나 저하를 의미하는 방향 부사가 아니라, 1866년에 이 유전 질환의 특징을 처음 학계에 보고한 영국 의사 존 랭던 다운(John Langdon Down)의 성(姓)에서 따온 고유명사다. 우연의 일치로 방향을 뜻하는 단어와 형태가 같아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사실 하강과는 무관한 사람의 이름이다. 또한 구스다운(goose down)이나 덕다운(duck down)에서의 down은 어떤 의미일까? 이 역시 하강과는 무관하게 <새의 깃털 아래에 자라는 아주 부드러운 솜털>을 의미하는 명사로 쓰인 단어다.
그렇다면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을 말할 때,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것은 top-down(하향식)인데,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의견을 모으는 것은 왜 <down-up>이 아니라 <bottom-up(상향식)>일까? 이는 영미권 사람들의 공간적 인식이 정교하게 반영된 결과다. Top(꼭대기)과 Bottom(바닥)은 고정된 절대적인 위치(명사)를 뜻하는 디폴트 값이며, Up(위로)과 Down(아래로)은 움직이는 방향을 나타내는 부사로 쓰인다. 즉, 꼭대기(top)라는 위치에서 시작해 아래로(down) 내려가고, 반대로 밑바닥(bottom)이라는 위치에 단단히 발을 딛고서야 비로소 위로(up) 솟아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언덕에서 시작해 밑바닥으로 내려온 down의 여정은 결코 끝없는 추락이 아니다. 즉, 인생의 up and down 속에서 우리가 가장 낮은 바닥(bottom)에 닿았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그 바닥(bottom)을 힘차게 딛고, 다시 위로(up) 도약할 희망만 남았다는 희망과 긍정의 신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