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르치는 한 학생은 늘 ‘작문’이라는 관문 앞에서 주저앉곤 했다. 우리 학과는 보고서·계획서·제안서 등 문서 작성 비중이 특히 높다 보니, 이 학생에게 글쓰기는 학업 전반을 뒤흔드는 약점이었다. 최근에도 중요한 공식 문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AI를 쓰지 않고 써 온 초안은 불완전한 문장 몇 줄뿐이었고 형식은 물론 성의조차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학생을 불러 AI 기반 문서 작성법을 직접 시연했다. 견고한 문서 구조를 잡고, 반복적인 행정 표현을 템플릿화하며, 문체·분량·표준 형식을 빠르게 조정하는 과정을 보여주자 학생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초안은 완성도 높은 공식 문서로 변모했고, 학생은 “퀀텀 리프”를 경험한 듯한 자신감을 얻었다. 글쓰기 문제만 해결되자 학업 역량이 본연의 궤도에 안착한 것이다.
교원 업무 역시 다르지 않다. 보고서, 회의록, 평가 양식 등은 내용보다 형식·정확성이 관건인 반복 작업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AI는 시간·노력·비용을 눈에 띄게 절감한다. 그럼에도 일부 대학은 ‘표절 우려’ ‘학습 저해’라는 이유로 AI 활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한다. 그러나 이제 금지는 학습권과 연구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에 가깝다.
해결책은 ‘통제’가 아닌 ‘교육’이다. 모든 학생과 직원에게 AI 윤리 및 출처 표기, 프롬프트 설계, 템플릿 구축, 결과 검증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정식 커리큘럼이 시급하다. AI는 창의력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행정·형식 작업을 자동화해 사람 고유의 창의적 사고를 확장하는 촉매제다.
더 이상 대학은 AI를 막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누구나 손쉽게,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AI 리터러시를 갖춘 인재와 조직만이 폭증하는 업무를 감당하며, 학문적·행정적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