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62> jky의 성경이야기

– 기독교가 영어로 무엇일까요? –

지난 칼럼에서 영어식 발음과 표기가 외래어의 표준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편견인지를 살펴보았다. 어설프게 생각했던 한글 성경의 ‘가이사’가 오히려 올바른 발음이라고 생각한 영어식 발음 ‘씨저’보다 원전인 헬라어 발음 [Kaisar]에 더 가깝다는 사실은, 필자가 당연하게 믿어온 상식을 기분 좋게 배반하는 지점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연장선상에서 매일 쓰는 ‘기독교’라는 단어와 관련된 편견 깨기를 시도해 보고자 한다.

“선생님, 기독교가 영어로 뭔가요?” 교실에서 마주하는 이 질문은 단순한 영어 단어의 문제가 아닌 성경 역사를 알아야 하는 영역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기독교를 개신교와 동일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Protestantism을 기독교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Christianity라고 하며, 기독교에는 천주교, 개신교, 정교를 모두 포함하는 표현이다. 즉, 한국에서 말하는 기독교는 개신교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와 개신교의 차이는 무엇일까?

기독교(Christianity)를 알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이름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의 본래 이름은 <나사렛 예수> 즉 나사렛 출신 예수님이었다. 즉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았기에 출신을 넣어 사람을 구별하던 시절의 이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소위 베드로의 신앙고백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마태복음 16장 15절~16절을 보면 예수님이 “Who do you say I am?”(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말하느냐?)이라고 하자 베드로가 “You are the Christ, the Son of the living God.”(주는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대답하면서 <Christ>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제 기독교의 의미로 사용되는 ‘Christianity’의 뿌리를 찾아보자. 이 단어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Christos)에서 왔다. 히브리어 ‘마쉬아흐(Māšîaḥ)’, 즉 우리가 익히 아는 ‘메시아’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단어가 Christ이며 본래 의미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는 이름과 성의 조합이 아니라 유대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기름 부음 받은 구원자(메시아)’가 바로 나사렛 예수라는 신앙고백이다. 즉 예수는 이름이며 Christ는 구원자라는 직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Christianity는 그리스도(Christ)를 따르는 사람들의 상태 또는 체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Christianity는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서의 기독교이묘, 개신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번역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란 의미의 ‘Christian(그리스도인)’이 처음 사용된 곳은 서기 40년대 중반의 안디옥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명칭 역시 신자들이 스스로 지은 세련된 이름이 아니라, 늘 그리스도만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그리스어 ‘크리스토스’에 라틴어식 접미사 ‘-ianus(~를 따르는 사람)’가 붙어 탄생한 이 말은, 처음에는 다분히 조롱 섞인 비아냥이었다.

한국에서 쓰는 ‘기독교(基督敎)’라는 한자어는 음역의 결과물이다. 그리스도를 중국식 한자로 옮긴 ‘기리사독(基利斯督)’의 줄임말인 ‘기독’에 ‘교’ 자가 붙은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가 한국에 전파될 때의 기독교는 당연히 개신교는 물론 천주교가 포함된 개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기독교=개신교’라는 인식이 유독 강하다. 이는 근대화 시기 영미권 선교사들이 전파한 신앙이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먼저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어인 Protestantism을 만나게 된다. 1529년 독일 제국회의에서 루터의 개혁을 지지하던 제후들이 가톨릭 측의 억압적인 결정에 공식적으로 ‘항의(Protest)’한 사건이 Protestantism 명칭의 시초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부패한 가톨릭교회 권력에 맞서 95개 조 반박문을 붙였을 때, 그들은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기존의 가톨릭교회에 대한 항거자(Protestant)’의 정신이 이 이름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필자가 단어의 어원을 살피는 것은 단어가 잉태된 역사적 배경과 우리 땅에 정착하기까지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며 용어의 바른 사용을 바라기 때문이다. 기독교(Christianity)는 카톨릭과 정교, 그리고 개신교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이며, Christian 즉 기독교 교인은 이들 3개 종파의 신앙인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반면에, 개신교(Protestantism)의 교인은 Protestant다. 한국에서 개신교인을 천주교인과 구별된다는 의미로 Christian이라고 하는 것은 용어의 미스매치이며, 어원적으로 볼 때 아주 잘못된 번역의 아이러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기독교인(Christian)과 기독교(Christianity), 그리고 개신교인(Protestant)과 개신교(Protestantism)의 올바른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한국의 (개신) 교회가 면죄부(면벌부) 판매 등 가톨릭 교회의 부패와 형식주의에 대한 반발한 저항 정신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의 제기와 함께 한국 교회가 개신교(Protestantism)의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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