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치가 빠르게 우경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조기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며 헌법 개정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오는 22일 시마네현에서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한일관계의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민당은 8일 실시된 총선에서 중의원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확보했다.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 의석까지 합치면 여당은 개헌안 발의선인 3분의 2를 크게 웃도는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이로써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부터 공언해 온 헌법 9조 개정, 이른바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 구상을 본격화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일본 헌법 9조는 전후 일본이 무력 행사와 군대 보유를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고, 개헌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이 사실상 공격 능력을 갖춘 군대를 보유한 국가로 전환된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일본 내부에서는 국제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논리가 강조되지만,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는 군사대국화의 재현이라는 우려가 크다.
개헌을 위해서는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지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아직 과반 확보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2028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헌 여론을 끌어올리기 위한 강경 메시지와 상징적 행보가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한일관계에 부담을 주는 변수가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받는 일정이 ‘다케시마의 날’이다. 다케시마의 날은 1905년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시마네현 의회가 제정한 날이다. 이후 매년 중앙 정부는 차관급 인사를 행사에 파견해 왔다. 과거 이 행사를 계기로 한일 간 외교 갈등이 격화된 전례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 중앙 정부 파견 인사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만약 이번 행사에서 실제로 장관급 각료가 참석할 경우, 일본 정치의 우경화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동시에 한일 간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예년 수준을 넘는 행보를 보일 경우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본 내부와 외교가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선거 승리 직후 곧바로 노선을 급격히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일 동맹 강화와 중일 관계 관리라는 외교적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선택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케시마의 날은 다카이치 체제 일본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