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uiz vs Kids –
#Q와K #진로 #학습 #영어공부 #언어학 #발음 #원순음 #기본에충실하기
며칠 전 00교사 양성프로그램에서 수업 마무리를 위한 Quiz가 있었다. 교수님이 영어과 교수님이 아니라 그런지 Quiz라고 발음하지 않고 Kids라고 발음하는데 틀린 발음이라고 지적을 할 수 없어서 마음이 매우 불편한 적이 있다. 공개적으로 교수님을 민망하시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 수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Quiz를 통해 학습 내용을 확인한다. 이때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생 중 많은 이들이 서두에 언급했듯이 Quiz[kwɪz, 퀴즈]를 마치 아이들을 뜻하는 Kids[kɪz, 키즈]처럼 발음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단순히 빠르게 발음하다가 생긴 실수려니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여기에는 아주 흥미로운 언어학적 현상이 숨어 있다.
언어학 전공자들이 말하는 <비원순음화 또는 원순음 탈락(Delabialization) 현상> 또는 <반모음 탈락(Glide Deletion)> 현상을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영어의 알파벳 Q는 음성학적으로 참 독특한 녀석이다. <이, 에>와 달리 <오, 우>를 발음하려면 입술이 둥글게 오므려진다. 이렇게 입술이 동그렇게 하는 모음 발음을 <원순모음>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Q, 큐]를 발음하기 위해서는 입술이 동그래진다. 반면, Kids를 발음할 때 <Ki, 키> 부분의 입술은 굳이 동그랗게 오므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원순음인 Q가 원순음이 아닌 K로 발음되는 것을 <비원순음화 현상>이라고 한다. 조금 더 쉽게 풀자면, Q를 발음할 때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서 하는 발음을 귀찮다고 쏙 빼버리면, 입술이 평평해지면서 퀴즈(Quiz)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 순간 단어는 자연스럽게 어린이를 뜻하는 Kids로 변해버린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입술을 제대로 모아주지 않아 Q 사운드가 K 사운드로 둔갑해 버리는 사례들이 있다. 농구 경기나 대학의 1학기를 뜻하는 Quarter를 발음할 때, 입술을 동그랗게 밀어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Q가 K로 발음되어 Quarter[쿼터]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r 발음을 생략하고 외래어로 표기하는 관행을 감안할 때) 엉뚱하게도 무언가를 자르는 칼이나 도구를 뜻하는 Cutter[커터]가 된다.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영어는 철자(스펠링)가 아닌 발음이 중요한 언어임을 알 수 있다.
물건의 질이나 가치를 뜻하는 ‘퀄리티’ 역시 마찬가지다. 입술의 둥글림(원순성)을 생략하면 [컬리티]가 되어, 영어권 화자들의 귀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국적 불명의 단어가 된다. 한 나라의 ‘여왕’을 의미하는 Queen[퀸]을 Keen[킨]으로 발음하면 <여왕>이 아닌 <열정적인, 날카로운>이라는 전혀 다른 뜻의 단어가 된다. 우리가 각종 홈페이지에서 자주 만나는 Q&A의 Q는 Question[퀘스천]이다. 이 역시 Q를 발음할 때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지 않으면 [케스천]이라는 정체 모를 발음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고상하게 말하면 언어의 경제성이며, 부정적으로 말하면 게으른 발화 습관이다. 뇌와 입의 근육은 본능적으로 가장 에너지가 적게 드는 편한 방식을 택하려 한다. 입 모양을 동그랗게 모으는 원순음인 Q보다는, 입술의 변화 없이 발음하는 K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하다는 관행을 쫓다 보면, 원어민 또는 언어 전공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입시 용어의 정의와 취지에 충실하여 <학교생활기록부>를 관행적인 <생기부> 대신 정식 명칭인 <학생부>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언어의 발음 또한 이와 결을 같이 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혹은 남들이 다 그렇게 대충 발음한다고 하여 내가 그렇게 따라 할 필요는 없다.
학습이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 습관이든 핵심은 <기본에 충실하라>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집을 짓는다>라는 우리의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Q[큐] 또는 Quiz[퀴즈]를 발음하기 위해 한 번쯤 거울을 보며 확인해 볼 일이다. 그것이 단어에 대한 기본이자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