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관광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가 기상이다. 해발 2700m 안팎의 고산지대에 자리한 천지는 산 아래와 날씨가 크게 다르고 강풍과 안개, 비와 눈이 짧은 시간에도 반복될 수 있어 관광객들이 천지를 보지 못한 채 내려오는 경우도 발생한다.
백두산 천지 일대는 대표적인 고산기후 지역이다. 천지 주변에서는 강한 바람과 짙은 안개가 자주 나타나고 여름철인 7~8월에도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에 소개된 백두산 기후 자료에 따르면 천지 일대 연평균 풍속은 초속 11.7m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한 8월에도 평균 풍속이 초속 6.9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두산 관광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강수 여부보다 구름과 안개다. 산 아래에서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더라도 정상부에는 구름이 걸리면서 천지 전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정상에 도착했을 때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가도 갑자기 구름이 걷히면서 천지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북한 매체가 전한 백두산 천지 기상 자료에서도 강풍이 불다가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거나, 천지를 덮었던 구름이 빠르게 사라지는 등 급격한 기상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소개됐다. 폭우 이후 우박이나 눈이 내리는 현상도 관찰되는 등 일반적인 평지 날씨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
중국 측 장백산 관광지역 역시 기상 상황에 따라 천지 개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장백산 관광지역 안내에 따르면 순간적인 강풍과 저온, 강한 비, 폭설, 짙은 안개 등이 발생해 안전한 관광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천지 관광을 일시 중단하거나 폐쇄할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방문 전 기상정보와 당일 관광지 개방 상황을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도 백두산 북쪽 관광지역의 천지 주봉에 짙은 안개가 발생해 가시거리가 떨어지고 비와 진눈깨비가 예상되면서 천지 관광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같은 날 서쪽과 남쪽 관광지역은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등 같은 백두산에서도 위치에 따라 관광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백두산 여행은 일반 관광지와 달리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하루에 천지 관광을 집중하기보다 2~3일 정도 체류하면서 날씨가 좋은 시간을 선택하는 방식이 천지를 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계절에 따른 차이도 크다. 여름은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아 관광하기 편하지만 비와 구름, 안개가 많을 수 있다. 가을에는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고 안개와 첫눈 가능성이 커진다. 겨울은 혹한과 폭설, 강풍 때문에 정상부 관광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봄 역시 강풍과 잔설 등 변수가 많다. 장백산 관광지역 측도 겨울이 길고 춥고, 여름은 짧고 서늘하며 봄에는 바람이 강하고 가을에는 안개가 많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
복장도 산 아래 날씨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여름철이라도 천지 정상에서는 강한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어 방풍·방수 기능이 있는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비와 안개에 대비한 우의와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도 필요하다.
백두산 관광에서 천지를 볼 수 있는지는 결국 ‘운’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방문 전 정상부 기상예보를 확인하고 당일 관광지 개방 정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일정에 여유를 두면 기상으로 인한 실패 가능성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백두산 관광은 천지라는 목적지만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다. 고도 2700m 안팎에서 펼쳐지는 강풍과 구름, 안개와 급격한 기온 변화까지 경험하는 고산기후 관광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