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위권 붕괴의 신호인가 ! ]
서울대학교 자연계열 기초학력 저조가 시끄럽다. 신입생 4명 중 1명이 기초수학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현실은 단순한 학업 보충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재의 입시 구조가 만들어낸 학력 양극화, 그중에서도 ‘중위권 붕괴’라는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에 가깝다.
2026학년도 서울대 자연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특별시험 결과, 기초수학 과정에 배정된 비율은 25%에 달했다. 전년도보다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정규반과 고급수학 비율은 감소하거나 정체됐다. 같은 합격자 집단 안에서도 상위권은 줄고, 기초 보충이 필요한 학생은 늘어난 것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선택형 수능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수능에서는 미적분, 확률과통계, 기하 중 일부만 선택해도 주요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과거 자연계 학생들이 수학 전 범위를 고르게 학습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학습의 범위와 깊이가 모두 축소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대학 교육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대학의 이공계 교육은 특정 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적분뿐 아니라 기하적 사고, 확률적 이해, 나아가 선형대수학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입시에서는 효율적인 전략이었던 선택이, 대학에서는 기초 결손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특히 기하 영역의 약화는 상징적이다. 기하는 단순한 계산 과목이 아니라 공간 감각과 추론 능력을 요구한다. 이를 충분히 학습하지 않은 학생이 대학 수준의 수학이나 공학 과목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대학은 ‘선발’보다 ‘보충’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여기에 ‘사탐런’으로 불리는 과학탐구 기피 현상까지 맞물리며 문제는 더욱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난도가 높은 과목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선택을 하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수학과 과학 전반의 학습 강도가 함께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학생 개인의 학습 태도로 환원하기 어렵다. 시험 구조가 바뀌면 학습 전략도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어떤 역량을 측정하고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에 있다. 현재의 수능 체제는 최소한의 선택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학습의 편식을 낳는다. 서울대가 인공지능(AI) 튜터를 도입해 기초학력 보완에 나선 것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대응이다. 그러나 이는 사후 처방에 가깝다. 대학이 입학 이후 기초를 다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교육의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질문은 다시 입시로 돌아간다. 대학이 요구하는 기초학력과 수능이 측정하는 역량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선택의 자유’와 ‘기초학력 보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서울대 신입생들의 미적분 재수강은 하나의 통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