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74] jky의 영어이야기

– 숫자 12와 60에 얽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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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까지 계절, 달, 요일. 하루로 이어지는 시간의 단위를 살펴보았다. 특히 지난 73호에서 우리는 숫자 12가 가진 우주적 완전성과 동서양의 시간관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굳이 10 즉 10진법이라는 익숙한 도구 대신 시간과 각도라는 거대한 영역에서 12와 60이라는 숫자를 별도로 사용하고 있을까?

이글의 애독자께서 지난 호의 내용에 대해 이번 호의 내용을 예상하고 1다스의 비밀을 알게 되어 고맙다는 말씀을 주신 분도 계신다. 맞다. 오늘은 숫자 12의 완전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인류가 숫자 12를 문명의 기준으로 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대 수메르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엄지를 뺀) 나머지 네 손가락의 마디 12개(= 4손가락 × 3마디)를 짚으며 숫자를 셌다. 이 손가락 마디의 숫자가 마법의 숫자가 되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하루 24시간(오전 12시간 + 오후 12시간)의 토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숫자 12는 우주의 완성을 의미하는 숫자였고, 이 <12> 마디의 숫자마다 다른 쪽 손가락 5개를 모두 접으면 60(= 12 × 5)이라는 숫자가 완성된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1분(60초), 1시간(60분), 그리고 원의 각도(360도)가 별도의 도구 없이 오직 두 손만으로 계산이 가능한 60진법에 의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영어 단어 속에 남아있는 숫자 12의 흔적도 흥미롭다. 연필 12개가 한 묶음인 1다스의 <다스>는 라틴어 duodecim(2를 뜻하는 duo + 10을 뜻하는 decim)에서 유래한 영어 <dozen>의 일본식 발음이다. (duo는 모 결혼정보업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완전함의 상징과 공정한 배분이라는 삶의 철학에서 탄생한 숫자 12의 활용 사례는 스포츠나 음식 혹은 문구에서 많이 나타난다.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무심코 셔틀콕 통을 열 때, 우리는 이미 수메르인이 설계한 12진법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배드민턴 셔틀콕은 한 통이 왜 10개가 아닌 12개일까? 배드민턴 셔틀콕 1통(Tube)에 12개의 셔틀콕이 들어있다. 거기에는 <공평함>이라는 고대의 지혜가 담겨 있다. 12라는 숫자는 2명, 3명, 4명, 혹은 6명이 모여 경기할 때도 남거나 모자람 없이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가장 유연한 숫자다. 1통이 10개라면 나누어 가질 때 곤란할 수 있다. 골프공은 보통 3구짜리 슬리브 4개가 모인 12구(1 dozen)가 한 박스로 판매된다. 크리스피 크림이나 던킨도너츠에서 상자에 담아 파는 기본 단위가 1다스(12개)이며, 맥주와 음료는 6캔 들이 팩 2개가 유통의 기본 단위다. 시장에서 물건을 공평하게 나누고, 시간을 정확히 배분해야 했던 고대인들에게 숫자 12와 60은 가장 효율적이고 갈등이 없는 숫자였던 셈이다.

진법(進法)은 한자 뜻 그대로 나아가는(進) 법칙(法)이라는 뜻으로 일정한 숫자가 차면 다음 자리로 나아가는(올라가는) 규칙이다. 0부터 9까지 채워지고, 하나가 더해지는 순간 10(십)이 되며 앞자리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10진법이 된 것이고, 연필 12자루가 모여야 1다스가 되는 것처럼 11까지는 한 자리에 머물다가, 12가 되는 순간 비로소 다음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12진법이다.

숫자 9에 머무르면 10진법이 되지 못하고, 숫자 11에 머무르면 12진법이 되지 못한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마디가 있다. 마디마디를 넘어가야 다음 마디로 나아갈 수 있다. 살다 보면 인생에서도 고난이라는 마디를 넘기면 행복이라는 다음 단계가 기다리는 법이다. 선행학습처럼 거쳐야 할 마디마디를 건너뛰기보다 마디마디를 감사하며 행복의 단계로 여기면 좋겠다. 완성의 의미와 공정한 분배라는 삶의 철학에서 출발한 12진법이 우리들 삶에 교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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