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81] jky의 영어이야기

– 잘난 체하는 영어? –

#국어 #외래어 #외국어 #영어공부 #발음 #변이음 #최소대립쌍

지난 호에서 영어 전공자도 아니면서 정확하게 발음하면 괜히 주변에서 잘난 체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독자의 의견을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번에는 “나도 잘난 체한다는 오해 한번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라는 유쾌하면서도 뼈가 있는 리뷰를 보내주신 분이 있었다. 그만큼 영어 발음이라는 주제는 우리 모두에게 이래도 저래도 끊임없는 관심과 고민의 대상이다. 그래서 오늘은 잘난 체해도 되는 영어와 잘난 체하면 안 되는 영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우리가 영어 발음 앞에서 주눅이 들거나, 반대로 타인의 정확한 발음을 볼 때 <잘난 체>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유는 국어와 영어라는 두 언어의 소리 체계의 차이 때문이다. 언어학적으로는 변이음(allophone)과 최소대립쌍(minimal pair)의 차이다.

변이음(allophone)이란 소리의 물리적인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언어를 쓰는 원어민들의 머릿속에서는 같은 소리로 인식되어 의미의 변화를 전혀 가져오지 않는 소리다. 지난번에 예로 든 커피(coffee)가 좋은 예다. 이 단어는 이미 원어민의 손을 떠나 우리 국어 체계 안에 완벽하게 정착한 <외래어>다. 따라서 한국인이 이 단어를 말할 때는 발음이 조금 달라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붙였다가 떼며 p(파열음)로 발음하든, 영어 원어민처럼 윗니를 아랫입술에 살짝 대고 f로 발음하든, 듣는 한국인은 누구든 [커피]라고 이해할 것이다. 이러한 영어를 외래어라고 한다. 외래어는 국어로 인정되는 외국어라고 보면 된다.

컴퓨터의 윈도(Window)는 <윈도우즈(Windows)>에서 온 외래어다. 이는 <외국어의 복수형 어미(-s, -es)는 따로 표기하지 않고 단수 형태의 틀을 기준으로 삼는다>라는 외래어 표기법의 대원칙에 따라 <국립국어원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에서 심의 결정한 내용이다. 외래어도 국어에 해당하는 말 즉 국어로 인정하는 말이기 때문에 외래어는 굳이 영어의 원래 발음을 따르기보다 우리가 정한 외래어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컴퓨터, 스마트폰, 마우스, 모니터, 텔레비전, 에어컨, 카메라, 아파트, 엘리베이터, 주스, 아이스크림, 빵, 피자, 햄버거, 샐러드, 원피스, 버스, 택시, 트럭, 오토바이, 호텔, 볼펜, 스케치북 등이 외래어다. 참고로 텔레비전을 [테레비]라고 하거나, 샐러드를 [사라다]라고 하면 이는 한국의 외래어가 아니라 일본의 외래어다. 소위 종성 발음을 못 하는 일본식 외래어를 우리가 굳이 따라 할 필요가 없다.

모닝콜, 핸드폰, 노트북, 백미러, 개그맨 등은 언뜻 영어에서 온 외래어처럼 보이지만, 위의 예와는 다른 <유사 차용어(또는 한국형 외래어)>다. 즉 영어권에는 없는 단어이며, 한국형 창의적 외래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정확한 영어를 써 주어야 한다. 모닝콜은 영어로 <wake-up call>이라고 하며, 핸드폰은 영어로 <cell phone, cellular phone, 또는 mobile phone>이라고 한다. 노트북은 <laptop>이라고 하며, 백미러는 <rear-view mirror>이며, 개그맨은 <comedian>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상 외국인에게 한국에서는 영어 대신 핸드폰, 모닝콜 등 한국식 외래어를 사용한다고 알려주면 <아주 귀엽고도 신기한> 표현이라고 감탄하기도 한다.

외국인은 한국의 외래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로제의 노래 <아파트>나 <파이팅>처럼 한국의 외래어가 영어로 역수입되는 경우도 있다. 치맥, 불고기, 갈비, 비빔밥, 김밥 등 음식 용어와 한류, 누나, K-drama, K-pop, 한복 등은 우리말이 영어 사전에 등재된 사례들이다.

마지막으로 영어인 줄 알고 있으나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례로 <take-out>이 있다. 영어권에서는 <드시고 가실래요? 가지고 가실래요?>라는 의미로 <For here or to go>라고 묻는다. 비닐봉지(비닐백)는 <vinyl bag>이 아니라 <plastic bag>이다. 각자 계산하기는 <Dutch pay>가 아니라 <go Dutch>가 맞다. 원플러스원(1+1)은 <one plus one>이 아니라 <BOGO(Buy one, Get one free의 줄임말)>라고 해야 한다.

지난 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래어를 말할 때는 우리말 소리 체계 안의 변이음에 해당하므로 편안하게 발음해도 괜찮다. 그러나 우리가 <외래어>의 영역을 벗어나 실제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외국어>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순간, <fine-pine>처럼 단 하나의 소리 차이로 인해서 단어 전체의 의미가 달라지는 <최소대립쌍(minimal pair)>은 정확히 발음해야 한다. 가령, Let’s pray(기도합시다)라고 해야 할 때 <Let’s play(이제 놀자)>라고 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정확한 발음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실제 영어 환경에서 의미의 혼란을 막고 정확한 소통을 위해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은 결코 잘난 체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자기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무기이다.

<나도 잘난 체한다는 오해 한번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라던 어떤 독자의 유쾌한 바람처럼, 나의 독자들도 정확한 발음으로 인해 오해를 넘어 원어민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기분 좋은 경험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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