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80] jky의 영어이야기

– 존재하지 않는 단어 vs 엉뚱한 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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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Quiz가 Kids로 둔갑하는 비원순음화 현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일부 독자께서 의견을 보내왔다. 영어 전공자도 아니면서 정확하게 발음하면 괜히 잘난 체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발음을 정확히 해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아도 되는 사례를 살펴 보고자 한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Quiz[퀴즈]-Kids[키즈], Quarter[쿼터]-cutter[커터]와 Queen[퀸]-Keen[킨]은 발음이 바뀌면 의미가 전혀 다른 단어가 된다. 그러나 Quality[퀄리티]를 Kulity[컬리티]라고 하거나 Question[퀘스천]을 Kestion[케스천]이라고 하면 틀린 발음으로 인해 존재하지 않는 엉뚱한 단어가 되어 버린다. 전자의 경우는 의미가 달라지지 않도록 정확한 발음이 필요하지만, 후자의 경우처럼 외래어 표기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좋은 예로 coffee를 외래어로 [커피]라고 표기한다. f와 p는 우리말로 둘 다 [ㅍ]으로 동일하며 구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언어학에는 최소대립쌍(minimal pair)이라는 개념이 있다. 최소대립쌍은 단 한 개의 소리(음소)만 달라서 뜻이 완전히 바뀌는 단어의 쌍이다. 예를 들어 <It’s fine.>이라고 할 때 fine의 f를 [f]가 아닌 [p]로 발음하면 fine과는 의미가 전혀 다른 pine(소나무)이라는 단어로 바뀌어 버린다. 이렇게 f와 p처럼 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를 음소(phoneme)라고 한다. fine-pine에서의 f와 p는 음소가 되지만, coffee의 f를 p로 발음할지라도 의미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때의 f와 p를 음소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coffee라는 단어의 f를 p로 발음하면 원어민 또는 영어 전공자들이 볼 때 틀린 발음이 된다. 그러나, 국어로 인정되는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f와 p는 둘 다 [ㅍ]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당연히 f를 [p]로 발음해도 된다. 이때의 f와 p를 변이음(allophone)이라고 한다.

최소대립쌍을 이루는 음소(phoneme)가 있는 단어 쌍으로는 rice(쌀)-lice(이), right(옳은)-light(가벼운), fan(선풍기)-pan(냄비/프라이팬), think(생각하다)-sink(가라앉다) 등이 있다. 자음뿐만 아니라 모음도 마찬가지다. bad(나쁜)-bed(침대)의 경우 a와 e로 인해 의미가 다른 단어가 된다. seat(좌석)-sit(앉다)의 경우에는 장모음 [i:]와 단모음 [i]가 의미를 달라지게 하는 음소가 된다. 그래서 의미가 달라지게 하는 단어의 경우에는 자음이든 모음이든 발음을 제대로 하는 게 좋다.

발음을 달리해도 의미가 달라지지 않은 변이음(allophone)은 우리말 표기상의 문제다. 변이음의 좋은 예로 center(센터-쎈터), single(싱글-씽글), fighting(파이팅-화이팅), family(패밀리-훼밀리), vitamin(비타민-바이타민), supermarket(수퍼마켓-슈퍼마켓) 등이 있다. L.A.의 경우 영어식 정확한 발음은 [엘레이]에 가깝지만, 편하게 [에레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이 역시 한국어에서는 의미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변이음(allophone)으로 볼 수 있다. file(파일)-pile(더미, 쌓다)의 경우 f와 p는 최소대립쌍을 이루는 음소지만, file(파일-화일)은 변이음이다. 그래서 file을 [파일]이라고 하면 영어 전공자가 듣기에 file인지 pile인지가 헷갈린다. 정확한 발음을 해주어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fine-pine에서 보듯 발음의 오류는 의도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단어로 둔갑하여 소통에 오해를 낳기도 하고, coffee의 [f] 발음을 [p]로 발음하여 (의미 차이는 없지만) 발음이 틀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영어를 전공한 필자로서는 그 단어가 가진 고유의 소릿값이 온전하도록 발음하는 것이 언어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coffee의 f를 [f]로 발음하면 위의 지인처럼 오해받을 수도 있다. 반면에, 영어 교사가 듣는 이를 고려하여 외래어인 한국말 커피처럼 f를 [p]로 발음하면 영어 선생이 영어를 못한다고 오해받기도 한다. 국어가 된 외래어는 그냥 한국식으로 발음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라면 의미가 달라지지 않도록 주의하여 발음하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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