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82] jky의 영어이야기

– 고구마와 가방_우리말이 아닌 외국어였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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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jky의 영어이야기 시리즈에는 외국어 또는 외래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어원 중심의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보내주고 있다. 오늘은 고구마, 가방, 담배, 구두처럼 우리말로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외국어였던 단어들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스(yes), 노(no), 오케이(OK), 땡큐(thank you), 애피타이저(appetizer) 등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이런 말들은 <예, 아니오, 좋아요, 고마워요, 전채(또는 식전 음식)>처럼 얼마든지 우리말로도 표현이 가능한 말들이다. 이렇게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을 외국어(foreign words)라고 한다. 반면에 커피(coffee), 텔레비전(television), 라디오(radio), 컴퓨터(computer), 윈도우(windows). 버스(bus), 택시(taxi), 골(goal), 홈런(home run), 올림픽(Olympics), 월드컵(World Cup) 등 딱히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어서 국어로 인정되는 말들을 외래어(loanwords)라고 한다. Loanwords의 문자적 의미는 우리말에 없는 말이기 때문에 외국어를 차용하여 우리말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외국어가 한국으로 이민을 와서 영주권을 얻은 말이라고 보면 된다.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고구마, 가방, 담배, 고무, 비닐처럼 원래 외국어였으나 (외래어의 과정을 거쳐) 우리말로 굳어진 말을 귀화어라고 하며 영어로 Naturalized words라고 한다. Naturalized words의 문자적 의미로 보면 우리말로 인정할 만큼 자연스러워진 말이라는 뜻이다. 외래어가 영주권을 얻은 말이라면, 귀화어는 아예 한국어로 국적을 바꾸어 순수 우리말처럼 자연스러워진 귀화어다.

귀화어의 대표적인 단어로 가방을 들 수 있다. 가방이 순수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방은 원래 네덜란드어로 카바스(kabas)가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 일본으로 건너가 <가반(かばん)>이 되었고, 이것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외래어 정도로 사용되다가 해방 이후 <가방>으로 정착했다. 가방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이전의 조선 시대에는 <괴나리봇짐>이라는 말이 있었으나 (일본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가방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가방을 더 이상의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우리의 삶에 필수품이 된 먹거리 중 고구마, 귤, 빵 또한 귀화어에 해당한다. 수천 년 전부터 마야인과 잉카인들의 소중한 식량이었던 고구마는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끄는 스페인 함대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여 <신대륙의 신기한 작물> 중 하나로 고구마를 선택하여 스페인 여왕에게 선물로 바치면서 고구마의 세계 일주가 시작되었다. 이후 16세기 후반, 스페인인들이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필리핀(마닐라)에 고구마를 심으면서 마침내 아시아에 진출하였고, 중국, 대마도를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작물이다. 일본의 대마도 방언 <kokoimo, 코코이모>가 조선 시대 영조 또는 18세기 후반에 우리나라로 건너와 오늘날의 <고구마>가 되었다. 빵은 포르투갈어로 빵을 뜻하는 팡(pão)이 일본(일본어 pan)을 거쳐 우리말에 그대로 녹아든 대표적인 사례다.

비닐은 영어 vinyl(영어 발음은 ‘바이늘’)에서 온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종이봉투는 영어로 <paper bag>이라고 하지만 비닐봉지는 <vinyl bag>이 아니라 <plastic bag>이다. 깡통은 <영어 (can) + 한자어 통(桶)>의 합성어다. 붓과 먹, 담배, 조끼, 냄비, 고무신의 고무, 어린이놀이터의 놀이기구 시소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 익숙한 말들이 모두 귀화어다.

교실 수업에서 필자가 늘 강조하는 말 중의 하나가 <무엇이든 그냥 외우지 말고 원리와 개념을 먼저 파악하라!>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집을 짓는다는 속담과 반석 위에 집을 지으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무엇이든 제대로 아는 게 필요하다. 이번 칼럼에서 나의 의도는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도 제대로 알고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일상 속 우리말의 의미와 쓰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림 1 순수 우리말이 아닌 귀화어
그림 2 비닐봉지는 plastic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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