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자연계열 신입생 가운데 기초수학을 다시 수강해야 하는 학생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 확산으로 수학 전 범위를 고르게 학습하지 않아도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해지면서, 입학 이후 기초학력 부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대에 따르면 2026학년도 자연계열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 특별시험’에서 기초수학 과정에 배정된 비율은 25%로 집계됐다. 이는 대면시험 기준으로 전년도 14%보다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해당 시험은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등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직후 시행되며, 성적에 따라 고급수학, 정규반, 기초수학, ‘미적분학의 첫걸음’ 등 4단계로 나뉘어 수업이 배정된다.
기초수학은 일반 강의를 바로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을 위한 보충 과정이며, ‘미적분학의 첫걸음’은 그보다 더 낮은 단계다. 기초수학 수강 비율은 2022학년도 12%에서 2023학년도 22%로 증가한 이후 2024학년도 12%, 2025학년도 14%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6학년도 들어 급증했다. 반면 정규반 비율은 감소했다. 2025학년도 71%에서 2026학년도 65%로 줄었으며, 상위권에 해당하는 고급수학 비율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고급수학 수강 비율은 2022학년도 18%에서 2023학년도 11%, 2024학년도 8%로 낮아졌다가 2025학년도 13%로 반등했으나, 2026학년도에는 다시 9%로 감소했다. 이는 동일한 합격자 집단 내에서도 학력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2022학년도부터 도입된 선택형 수능 체제를 지목한다. 현재 수능에서는 미적분, 확률과통계, 기하 중 일부 과목만 선택해도 상위권 대학 지원이 가능하다. 과거와 달리 수학 전 범위를 균형 있게 학습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입시 관계자들은 문·이과 통합 수능 체제에서 시험 난이도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변별력이 약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특히 2024학년도부터 고난도 문항이 줄어들면서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학습 전략이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기하 등 일부 영역 학습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이는 대학 수학 학습에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확산되면서 과학 및 수학 학습 전반의 강도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학Ⅱ 과목이 성취도 평가로 전환된 점 역시 난도가 높은 과목 기피 현상을 강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서울대는 기초학력 격차 해소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공과대학은 기존 기초학습 지원 프로그램에 더해 2026학년도부터 인공지능(AI) 기반 튜터 시스템을 도입한 ‘SPLIT(Self-Paced Learning & Tutoring)’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당 과정은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등 주요 영역에 대해 진단평가를 실시하고, 개인별 수준에 맞춘 학습 경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영상 강의와 문제 풀이, 반복 학습을 결합한 자기주도형 학습 체계로 구성되며, 행렬과 기초 선형대수학 등 대학 수학의 기초 내용도 포함된다. 운영 기간은 3월부터 6월까지이며, 신입생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