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자의 양산, 여름을 바꾸다
37도, 38도. 이 숫자는 더 이상 뉴스 속 숫자가 아니다. 도쿄의 여름은 지금, 매일매일이 ‘기록 갱신’ 중이다. 단순히 더운 게 아니다. 아스팔트 위를 걷는 순간, 마치 몸 전체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기분이 든다. 신발 밑창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 자전거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느낌. 그렇게 도쿄의 여름은 모든 감각을 통해 몸에 새겨진다. 이런 날씨에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37도, 38도. 이 숫자는 더 이상 뉴스 속 숫자가 아니다. 도쿄의 여름은 지금, 매일매일이 ‘기록 갱신’ 중이다. 단순히 더운 게 아니다. 아스팔트 위를 걷는 순간, 마치 몸 전체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기분이 든다. 신발 밑창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 자전거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느낌. 그렇게 도쿄의 여름은 모든 감각을 통해 몸에 새겨진다. 이런 날씨에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20년 넘게 일본에 살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음식과 화장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음식은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라 치더라도, 화장실만큼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 체감하게 되는 영역이다. 특히 일본에서 살다 보면 공공시설의 화장실조차 일정 수준 이상의 청결과 편의성이 보장된다는 점에 익숙해진다. 백화점처럼 시설 관리가 철저한 곳뿐 아니라, 전철역이나 공공건물, 심지어 열차 내부에도…
20여 년 전 일본에 유학을 와서 살아보니,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은 건 거리의 청결함이었다. 여행으로 일본에 왔을 땐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정신이 팔려 길이 깨끗한지 더러운지 따위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유학생으로서 일본에서의 삶을 시작하고, 관광지가 아닌 주택가나 시장, 골목길 같은 평범한 공간을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매일 아침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달랐다. 거리엔…
“컷트 4,000엔.” 간판에는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미용실 의자에 앉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피 스케일링은 어떤가요? 일반 염색은 모발이 다 상해요, 이 오가닉 컬러로 해야 손상이 적어요. 트리트먼트는 꼭 하셔야 해요—머리카락이 부스스해질 수도 있거든요. 한국이든 일본이든, 미용실에서 시술 중 ‘옵션’이란 이름의 추가 영업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문제는 거절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거절하면 왠지…
도쿄의 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다국적이다.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외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이제는 시내 어느 커피숍이든 음식점이든 ‘이곳이 일본 맞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 변화 속에서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포착하게 된다. 바로, 일본 점원들의 ‘순간 판단력’이다. 이들은 요즘 누가 일본인인지, 누가 외국인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예민해졌고, 이에 따라 말 거는 언어도 달라졌다….
얼마 전, 도쿄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 붙은 구인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채용 공고라면 “주 3회 이상”, “하루 4시간 이상 근무 가능자”라는 식의 조건이 붙기 마련인데, 이 광고는 달랐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한 번에 두 시간만이라도 오실 수 있다면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야간 수당을 포함해 시급은 1,300엔 이상. 어느새 일본의 최저임금은 천엔을 훌쩍…
일본 후생노동성 ‘위생행정보고예’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기준 일본 전역의 미용실은 26만 9,889곳, 현역 미용사는 57만 1,810명에 달했다 . 2024년 3월 말 잠정치로는 각각 27만 4,070곳과 57만 9,768명으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10 평 남짓한 동네 살롱부터 대형 체인까지 “가위 소리”가 끊이지 않는 풍경은, 일본에서 미용이 얼마나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됐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숫자의 화려함 뒤에 숨은…
오늘 아침, 캄차카반도 근해에서 발생한 마그니튜드 8.8의 강진으로 인해 일본 열도 전역에는 쓰나미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졌다. 특히 홋카이도와 동북지역, 그리고 일부 태평양 연안 지역에는 1미터를 넘는 쓰나미가 실제로 관측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불안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거리 곳곳에서 감지된다. 일본 열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하는 ‘쓰나미’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는 상상 이상이다. 우리 집 둘째가 내일부터…
도쿄에서 열린 진로진학상담교사 정경영 선생님의 강연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랜 시간, 수많은 학생들과 진심으로 부딪쳐온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오직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울림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슴에 남은 건 “직업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는 학과와 과목을 역으로 설계해가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일본의 사범대학에서 미래의 교사를 키우고 있는 교육자이자, 두 아이의 부모이기도 하다. 그런 내게…
– 교육이 희망인 사례의 주인공인 제자 이야기 – 11+22+11의 의미는? 이라는 질문으로 도쿄의 학부모 대상 대입 특강을 시작하였다. 참석 학부모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여 강의 주제가 만만치 않았다. 3년 혹은 12년 재외국민 특례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부터 일본 대학이 진학 목적인 학생의 학부모인 경우와 초등생부터 고등학생 학부모까지 학부모님의 니즈가 워낙 다르다고 판단하여 교육의 본질에 대한 나의 교육 철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