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다국적이다.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외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이제는 시내 어느 커피숍이든 음식점이든 ‘이곳이 일본 맞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 변화 속에서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포착하게 된다. 바로, 일본 점원들의 ‘순간 판단력’이다. 이들은 요즘 누가 일본인인지, 누가 외국인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예민해졌고, 이에 따라 말 거는 언어도 달라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손님에게도 무조건 일본어로 응대하던 점원들이, 이제는 상대가 외국인인 듯하면 ‘텍스프리?’라고 영어로 먼저 말을 건넨다. 그 영어가 유창하지 않더라도, 단어 몇 개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모습이 확실히 늘었다.
나 역시 일본에 오래 살고 있지만, 최근에는 종종 관광객으로 오해받곤 한다. 며칠 전, 가족들과 가까운 커피숍에 간 적이 있다. 화장도 안 하고, 편안한 운동복 차림에, 우연히 ‘DUBAI’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점원이 나를 보자마자 영어로 말을 걸었다. 옆에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같이 쇼핑을 가면, 심지어 옆에 있던 남편에게도 “텍스프리?”라고 영어로 묻는 경우가 있다. 옆 사람까지 함께 외국인으로 착각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오해가 대부분 ‘여성’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남성은 패션의 범주가 좁고, 화장도 하지 않으니 비교적 쉽게 ‘일본인’처럼 보인다. 반면 여성은 화장을 하지 않았거나, 반대로 너무 화려하게 한 경우, 옷차림이 외국스러우면 그 즉시 ‘외국인’으로 간주된다. 언어보다 외모, 말투보다 복장이 먼저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일본 사회도 점점 국제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물론, 아직 완전한 다문화 사회라고 하기엔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본인들이 외국인을 ‘어색한 존재’로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응하려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화장 하나로 국적이 바뀐다’는 우스갯소리. 하지만 이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글로벌 도시 도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일상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