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트 4,000엔.”
간판에는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미용실 의자에 앉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피 스케일링은 어떤가요? 일반 염색은 모발이 다 상해요, 이 오가닉 컬러로 해야 손상이 적어요. 트리트먼트는 꼭 하셔야 해요—머리카락이 부스스해질 수도 있거든요.
한국이든 일본이든, 미용실에서 시술 중 ‘옵션’이란 이름의 추가 영업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문제는 거절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거절하면 왠지 불이익을 받을 것 같고, 미용사가 불친절해질까봐 눈치를 보게 된다. “그냥 넘어가자”는 마음에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의 옵션을 받아들인 적,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 난국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방법이 있다.
“죄송한데, 제가 지금 돈이 없어요.”
놀랍게도 이 말은 미용사의 권유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킨다.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실제로 며칠 전, 도쿄 시내의 한 미용실에서 트리트먼트 권유를 받았을 때 “돈이 없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자, 정가 3,500엔의 트리트먼트를 1,000엔에 제안받았다.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다. 그 순간 미용사의 태도도 달라진다. 더 이상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민의 눈빛이 느껴진다. “이 고객도 나처럼 힘들구나” 하는 어떤 동료의식마저 흐른다.
미용실은 서비스업이지만 동시에 상업 공간이다. 판매를 위한 유혹이 자연스러운 공간이지만, 그것을 거절할 권리도 당연히 소비자에게 있다. ‘돈이 없다’는 말은 곧 ‘나의 예산은 이것이다’라는 의사 표현이다.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솔직함이야말로 가장 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한 번쯤 미용실에서 옵션을 거절하지 못해 후회한 적이 있다면, 다음에는 이렇게 말해보자.
“죄송하지만, 오늘은 예산이 좀 빠듯해요.”
당신의 머리카락도, 지갑도, 자존감도 지킬 수 있는 한 마디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